▲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5개월만에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첫 결의안을 채택했다.

특히 전쟁 속 이스라엘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던 미국 마저 등을 돌리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는 한국 등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이 제안한 결의안을 이사국 15개국 중 14개국 찬성, 1개국 기권으로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기간 항구적이고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즉각적인 휴전 촉구와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과 인도주의적 접근 보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동안 안보리 휴전요구 결의안에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미국은 이번에는 기권표를 던졌다. 

특히 이전 휴전 결의안 표결에서 세 차례 연속 거부권을 행사한 미국은 기권을, 앞선 표결에서 기권한 영국은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이스라엘을 둘러싼 묘한 기류가 포착됐다.

실제로 영국 일간 가디언지(Guardian)은 이번 결의안 표결을 두고 안보리가 가자지구에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이스라엘은 국제 무대에서 거의 ‘완전한 고립’ 상태에 빠졌다(bringing Israel to near total isolation on the world stage)”고 지적했다.

아울러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또한 이스라엘이 해당 안보리 결의를 지키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이번 결의 채택은)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상징적인 타격(a symbolic blow to Israel’s international standing)”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미국의 기권표에 강하게 반발을 표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 예정됐던 고위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취소했고, 미국은 이스라엘 조치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번 미국의 기권표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선 전 아랍 유권자와 진보층 표심을 잡기 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승부수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AP통신은 최근 라파 지상 공격과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등을 두고 거듭 잡음을 낸 바이든 행정부와 네타냐후 내각 간 관계는 이번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기점으로 개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기권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인질을 풀어주지 않고도 휴전이 허용된다는 희망을 하마스에 심어줌으로써 (이스라엘의) 전쟁과 인질 석방 노력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자지구 내 휴전을 촉구하는 이번 결의안이 채택됐으나 그 구속력을 두고 유엔 안팎에서 잇단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특히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채택 직후 “우리는 이 구속력 없는(non-binding) 결의의 중요한 목표 중 일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사무엘 즈보가르 주유엔 슬로베니아 대사는 “우리는 안보리 결의의 구속력을 상기하며 이 명확한 결의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한다”고 맞받아 쳤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도 “안보리 결의는 구속력이 있다”며 “우리는 당사자들이 유엔 헌장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속력 여부 논란’은 결의문에 담긴 휴전과 관련한 표현으로 촉발됐다.

한국을 포함한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이 제안해 채택한 결의문에는 ‘안보리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한다(demands an immediate ceasefire)’고 명시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번 결의문에 ‘휴전의 필요성에 대해 (안보리가) 결정한다’(decides on the necessity of a ceasefire) 등 ‘결정’이라는 표현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에 결의문에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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