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간 19주년을 맞이한 투데이코리아는 건전한 사회와 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부조리와 고질적 문제를 심층 보도하며 진실을 추적해 왔다. 특히 사이비 종교, 권력형 비리, 성범죄 등 공동체를 위협하는 사안에 대해 집중 조명해왔다. 이번 시리즈는 한국 사회에서 장기간 방치되어 온 사이비 종교 ‘다락방(세계복음화전도협회)’의 실체를 추적하는 탐사보도다. 본지는 성폭력 피해자와 내부고발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류광수 총재 중심의 권위주의적 통치 구조, 은폐 체계, 재정 비리 등을 연속 보도하며, 신도 보호와 정의 구현을 위한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이번 편에서는 류광수 측근 목회자들의 성범죄, 내부 고발자들의 폭로, 피해자들의 미투와 조직 내 탄압 실태를 중심으로 조명합니다.

▲ 1986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일명 다락방) 조직의 주요 사건과 내부 추문, 성비위, 재정비리, 폭로와 수사 과정을 연대기로 정리한 도표. 그래픽=투데이코리아
▲ 1986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일명 다락방) 조직의 주요 사건과 내부 추문, 성비위, 재정비리, 폭로와 수사 과정을 연대기로 정리한 도표. 그래픽=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불과 2021년까지만 해도, 다락방(세계복음화전도협회)을 바라보는 사회와 한국교회의 시선은 ‘교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단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22년을 기점으로 그 인식은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다락방 내부에서 발생한 만연한 성범죄와 조직적인 은폐,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교주 주의적 권력 구조는 정명석의 JMS(기독교복음선교회)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다락방의 성범죄 문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22년 2월이었다.
 
그해 2월 9일부터 10일까지, 다락방 산하 신학교인 렘넌트신학연구원(RTS)에서 전국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목회자 합숙’이 열렸다.
 
이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다락방전도협회 주요 인사이자 30년간 류광수의 최측근으로 활동해온 인천 임마누엘경인교회 담임목사 김모씨는, 자신이 묵고 있던 에덴파라다이스호텔로 교회 여 중직자를 불러 성폭행했다. 이 사건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피해자 또한 침묵하지 않았다.
 
김 목사는 사건 직후, 피해자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교회 내에 퍼뜨리며 사건을 은폐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교회의 위기를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당회에 제출했고, 곧이어 다락방 내 1200여 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해당 사실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다락방 내 많은 구성원들이 사건의 실체를 인지하게 되었고,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류광수 총재는 상황을 무마하고자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 그는 “세계복음화를 위해 용서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사실상 회유에 나섰지만, 피해자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2022년 2월 26일, 피해자는 김 목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은 정식 수사와 재판을 거쳤고, 2024년 2월 14일 1심 재판부는 김 목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1년 8개월로 증가했으며, 대법원 항고가 기각되며 확정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건이 독립된 하나의 우발적 성범죄로 여겨졌다. 하지만 결국 한 명의 용기 있는 폭로가 도화선이 되어 다락방 내의 수많은 성위와 재정비리 의혹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락방 내부의 미투·회개 운동

▲ 코람데오연대 대표 김성호 목사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코람데오연대 대표 김성호 목사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이 사건은 다락방 목회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신실하게 목회자의 삶을 살아온 이들에겐 참담한 현실이었고, 그 이면의 어두운 문화를 함께 공유해온 이들에겐 심판의 전조였다.
 
누군가는 성도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눈물 흘렸고, 누군가는 두려움에 눈을 감고 애써 현실을 외면했다.
 
그 가운데 다락방의 신학교인 RTS교수이자 인터넷총국장이던 김성호 목사는 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후 그는 한동안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고, 다락방 안에 만연해 있던 성범죄 사실들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2022년 3월, 김 목사는 성범죄의 온상이 된 다락방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문서로 정리해 보고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조직의 성찰이 아닌 오히려 개인에 대한 비난이었다.
 
그는 “이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거듭 요청했지만, 다락방 수뇌부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 목사는 이에 실망해 전국 약 1300명의 다락방 목회자가 모인 단체 대화방에 ‘회개’, ‘갱신’, ‘개혁’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외치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변화를 촉구했다.
 
김 목사의 호소는 일부 동료들에게 반향을 일으켰고, 이때부터 수십 건의 성범죄 및 피해 사례가 그에게 제보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류광수가 직접 연루된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김 목사가 이러한 행보를 보이자 김 목사가 수년간 강의해 온 중대원(중직자대학원) 교회사 수업이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종료되었고, 미국 RU(Remnant University) 강의 일정도 일방적으로 취소되었다.
 
이후 김 목사는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학교를 떠났다.
 

침묵을 깬 사람들, 그리고 언론과의 연결

▲ 16일 세계복음화전도협회(다락방) 내 성 비위 사실을 주장하는 목회자들과 피해자들이 안산 예전교회에서 성명 발표를 통해 공식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16일 세계복음화전도협회(다락방) 내 성 비위 사실을 주장하는 목회자들과 피해자들이 안산 예전교회에서 성명 발표를 통해 공식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김성호 목사의 결단은 고립된 외침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의 용기에 응답하듯, 뜻을 함께하는 목회자들과 피해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다락방 내부의 거대한 권력에 가로막혀 쉽게 전파되지 않았다.
 
세계복음화전도협회, 이른바 ‘다락방’은 단순한 종교단체를 넘어선 거대한 조직이었다. 그 중심에는 류광수가 있었고, 그의 영향력은 깊숙이 뿌리내려 있었다.
 
개혁을 외치는 이들은 곧 거센 반격에 직면했다.
 
다락방 측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향해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입막음성 명예훼손 소송 연이어 제기했다.
 
공동체 안에서 ‘양심’을 선택한 대가는 혹독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내부의 길이 막히자, 외부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박종기 목사는 수많은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며 취재를 요청했다. 그러던 중 한 언론사와 연결되어 취재가 시작됐고, 세상에 실상을 알릴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기사는 송고 직전 갑작스럽게 취소되었고, 이유는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취재가 좌절되면서 박 목사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또다시 각 언론사에 이메일 제보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신이 돌아오는 언론사는 없었고, 포기를 떠올릴 때쯤 본지와 연락이 닿았다. 이후 본지는 약 3개월간 집중취재하여 증인들을 만나고 많은 증거를 확보했다.
 
본지와 김성호 목사, 그리고 다락방을 떠난 이들 일부는 가장 먼저 탈퇴자와 피해자를 보호하고 돕기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뜻을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단체가 바로 ‘코람데오연대’다.
 
‘하나님 앞에서’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이들은 조직의 위선과 침묵에 맞서 진실을 외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24년 7월 16일, 경기도 안산의 예전교회에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은 코람데오연대의 출범을 알리는 동시에, 다락방 내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성비위 및 재정 비리에 대한 고발 성명이 발표된 상징적 사건이었다.
 
목표는 분명했다. 추가적인 피해를 막고, 조직 내부에서 은폐되어온 악행들을 세상에 알리는 것.
 
이 자리에서, 본지는 다음과 같이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수많은 기자와 대중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류광수의 성비위 의혹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만약 제 말이 거짓이라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저를 고소하십시오.”
 
마침내 류광수의 성비위 의혹이 대외적으로 공개됐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여론은 뚜렷하게 갈라졌다.
 
“증거도 없이 류광수의 성비위를 안다고 주장하는 걸 어떻게 믿느냐”는 비판적 반응과 “공식 석상에서 저렇게까지 당당하게 말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신중한 지지의 목소리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후 약 3개월 동안 본지가 류광수 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보도는 내놓지 않고, 그 측근들의 성비위 사건과 협회의 재정 비리 의혹만 내놓자 “류광수 목사는 실제로 성비위를 저지르지 않았고, 김시온 기자가 허위 주장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류광수 왕국의 몰락③] 성역의 붕괴, 드러난 류광수의 실체로 이어집니다.  
 
▲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일명 다락방) 조직 내 류광수 총재를 중심으로 얽힌 측근 목회자, 성비위 피해자 및 가해자, 재정비리 관련자 간의 주요 관계를 도식화한 구조도. 그래픽=투데이코리아
▲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일명 다락방) 조직 내 류광수 총재를 중심으로 얽힌 측근 목회자, 성비위 피해자 및 가해자, 재정비리 관련자 간의 주요 관계를 도식화한 구조도. 그래픽=투데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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