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견제심리 안심못해
당심이 민심의 흐름 바꿔놓을 수도

[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권 행보가 순항하고 있다.
새해 여론조사를 포함,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물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경쟁 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것으로 조사돼, 벌써부터 독주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를 따라 다니는 '대세론' '우상화' '미래권력' 등의 수식어가 이걸 뒷받침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해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박 전 대표의 독주가 지속될수록, 선거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우선 박 전 대표에 대한 당내 견제심리는 강해질 것이다.

간접적인 우려 표시, 경쟁후보간 단일화를 통한 압박, 탈당을 통한 지지층 분산 등 견제심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당내 견제심리로 대권을 아쉽게 놓친 정치인을 꼽자면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에게 불과 39만여 표(1.6%) 차이로 패배했다.

민주당과 합당하기 전의 신한국당 경선 결과에 불복한 이인제가 국민신당을 창당하고 대통령 후보로 나서 492만여(19.2%) 표를 얻고 보수표를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이인제 후보는 보수정당의 텃밭인 부산 경남에서만 평균 29.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대중 후보 측은 이인제의 탈당을 내심 반겼다. 반 김대중 표가 이회창 후보에게 집중되면 이른바 DJP(김대중 김종필)연합의 효과가 떨어져 당선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경쟁 후보의 견제심리를 이용한 것인데, 결국 '적의 적은 나의 동지'였던 셈이다.

이회창 후보와의 사이가 벌어져 대선 전 탈당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준 사람을 비방하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국민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포함해 당내 견제심리를 포용하지 않고 각을 세운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는 과거 경험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보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실제 박 전 대표가 지난해 연말 복지 구상을 밝힌 데 이어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킨 즈음해 한나라당내에서 우려가 나왔다.

김문수 경기지자 이재오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등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인사뿐 아니라 그동안 제3의 의견을 냈던 정두언 홍준표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를 견제했다.

당내 견제심리가 시작된 만큼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견제심리를 얼마나 관리하고, 나아가 어떻게 포용하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
당심이 민심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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