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야 모두 가릴 것 없이 본선에 나설 후보자들을 검증하면서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예비후보 면접을 지역별로 나눠 진행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현역의원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인물 교체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말이 ‘물갈이’다. 특히, 주요 표적이 되는 인사들은 다선의원들이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울 경우 착실한 당의 공천 작업을 증명하고 자리 만들기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새누리당의 한 다선 의원이 이번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속칭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또한 계파에 상관없이 다선의원 상당수가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다는 미확인 살생부가 나돌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현역의원 하위 20% 컷오프와는 별도로 다선의원에 대한 정밀심사를 통해 추가로 공천에서 배제키로 했다.

통상적으로 당내 검증작업과 경선이라는 고비를 넘긴 다선의원들은 본선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상대 당의 전략공천, 강력한 경쟁자 또는 정치신인들의 등장으로 은퇴의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될 수 있다. 당선이 될 경우 선수에 하나를 더하게 되고 4년의 국회의원 임기가 보장되지만 낙선·낙천할 경우 정치인생을 마무리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다선의원에 대한 거부감, 물갈이가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참신한 인물이라는 포장으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되레 막말을 아무렇게나 하고 갑질을 하는 이른바 정치신인들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게다가 정치가 본질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다른 의견에 대한 조율을 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자신의 지지층에게 돋보이기 위해 아니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권력자에게 잘 보이려 일방통행식 행보를 하는 신인들도 있었다.

정치신인들이 많다고 항상 정치가 발전한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역대 국회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체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금배지를 단 초선 의원이 187명을 기록, 물갈이율이 역대 최대인 62.5%에 달한 17대 국회는 갈등과 분쟁이 지배하는 혼란의 국회라는 평가가 많았다.

오랜 시간동안의 언론노출 등을 통해 다선의원들에 대해 식상함이 느껴진다는 지적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다선의원들이라고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의문이 생긴다. 이들이 그간 쌓아온 연륜과 지혜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선의원들의 지혜가 물 흐르듯 후배 의원들에게 전수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는 대한민국 국회를 꿈꿔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