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용역업체에 낙하산 의무고용 및 특급대우 강요

[투데이코리아 = 이범석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망사건과 관련해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김모씨(19)의 경우 싼 인건비 탓에 일감이 몰려 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김씨가 근무하던 은성PSD에는 서울메트로 측에서 내려온 낙하산 기술자 38명이 있었지만 이들은 기술이 부족한 반면 김씨와 같은 계약자들은 기술도 있고 연봉도 적어 이들에게 일감이 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가 메트로와 김씨가 소속된 은성PSD가 지난해 5월 체결한 계약서와 용역 제안서에 따르면 메트로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38명에 대해서는 1인당 급여 402만원과 복리후생비 20만원, 퇴직금 442만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사고를 당한 김씨의 경우 급여 144만원이 전부였다.

특히 이 제안서에는 메트로는 계약서를 통해 은성PSD에 ‘메트로 전적자(轉籍者) 38명을 정규직으로 고용승계하라’고 명시되어 있고 스크린도어 수리 인력 125명 중 30%를 메트로 출신으로 채우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메트로 전적자 38명의 노무비 및 복리후생비 금액이 이와 다를 경우 협상 대상자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명시되어 있어 용역업체인 은성PSD로서는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은성PSD는 메트로로부터 받는 월 용역비 6억5257만원의 30%인 1억9000만원을 38명의 메트로 퇴직자 인건비로 지출하고 메트로 출신이 아닌 112명의 인건비·관리비·이윤 등은 나머지 금액에서 충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입찰 평가 기준표에는 ‘전적자 38명은 기술 보유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건을 달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말고 고용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인해 스크린도어 수리 인력은 125명이 책정돼 있었으나 실제 업무는 87명이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불법이 일어난 데에는 지난 2011년 이뤄진 메트로 노사 합의가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시 정년 연장을 놓고 대립하던 메트로 노사는 ‘사측이 퇴직자의 분사 재취업을 알선하고 처우를 보장한다’고 합의하고 그에 따라 메트로는 퇴직간부인 이재범(62) 은성PSD 대표를 내세워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2013년 4월 지하철 정비 용역업체인 ‘프로종합관리’ 소속 계약직 정비사들은 “메트로 출신 직원과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복지 차별이 크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이에 대해 “서울시장은 용역업체로 옮긴 공기업 출신 근로자와 다른 근로자 사이에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지난달 26일 메트로 측은 ‘차량기지 구내운전업무’ 용역 입찰 공고를 내면서 “78명 중 24명을 메트로 전적자로 고용해 월 402만원에 복리후생비 2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부 입찰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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