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 "깊은 반성" 발언.. 황실·내각 대립 첨예화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우리 정부와 위안부 지원 출연금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일본 아베 총리가 8월 15일 '종전기념일(우리의 광복절 해당)' 연설에서 가해나 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15일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정부 주최 '전국전몰자추도식' 연설에서 "전쟁 참화를 절대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말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8일 '생전 퇴위'를 발표하는 등 평화헌법(9조) 개정을 노리는 아베 내각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정규군으로 격상시키고 '침략 전쟁'을 가능하게 한다는 입장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부(軍部) 전횡에서 비롯된 일본 패망을 목격한 아키히토 일왕은 우회적이지만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깊은 반성을 언급한 일왕 연설과 달리 아베 총리는 올해도 반성 자체를 언급하지 않아 표현의 차이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 날 도쿄 구단키타(九段北)에 소재한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합사시설 야스쿠니(靖国)신사에 자민당 총재 명의로 다마쿠시료(玉串料. 예물비용)를 봉납했다. 참배는 하지 않았다.

2013년 12월 마지막 참배 당시 오바마 미 행정부는 "실망" 등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아베 총리를 비난했다. 미국을 의식한 아베 총리는 이후 참배를 자제하고 있다.

대신 이 날 자민당이 중심이 된 초당파 의원연맹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집단참배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야스쿠니를 방문한 적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을 점령한 미 군정(軍政)은 일본 헌법을 개정해 일왕의 권력을 백지화했다.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수십년 간 거의 연속적으로 집권하고 있는 자민당 정권을 두고 "21세기판 막부(幕府)"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키히토 일왕은 '생전 퇴위'라는 초강수를 통해 왕가(王家)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내는 대다수 일본 국민들과 아베 내각 간 불화를 일으켜 평화헌법 개정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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