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볼모로 헤게모니 싸움에 나선 與野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1861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항구의 섬터(Sumter)요새에서 포성이 울렸다. 약 4년 간의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참극이 벌어진 남북전쟁의 서막이었다.

원인은 '소모적인 갈등'이었다. 남부 주(州)들은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 퇴진을 요구했다. 북부 주들이 이를 거부하자 갖가지 억측과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당초 갈등의 계기는 노예제 폐지 여부였다. 그러나 북부 측의 찬성 후 남부에서는 "우리들의 노예를 빼앗아 경제력을 약화시켜 정치적 입지까지 낮추려 한다" 등 유언비어(流言蜚語)가 정계 주도 하에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다.

설상가상 여류(女流)소설가 헤리엇 스토우(Harriet Stowe)의 소설로 흑인 노예의 비참함을 그린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자 남부 정치인들은 이것을 정치적 선전포고로 간주했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남부 주들은 일제히 연방을 탈퇴해 '아메리카 남부연맹(CSA)'이라는 독립국을 세우는데까지 이르렀다.

명분이 생기자 거리낄 것은 없었다. 남부 주들은 1861년 4월 12일,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대영(大英)제국에 맞서 어깨를 나란히 했던 동족에게 포격을 감행해 내전의 서막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남북 도합 61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민간 피해를 더하면 사상자는 수백만 명에 이르렀다. 경제는 피폐해졌으며 사회적 갈등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참극은 남북 정치세력이 조금만 더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만 더 서로에게 양보하면서 정쟁(政爭)을 자제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친박, 비박 목소리 귀 기울여야.. 더민주, 권력쟁탈 자중해야

2016년 11월, 대한민국은 '최순실 사태'로 남북전쟁 직전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영수(領袖)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5천만 국민이 승선한 대한민국호(號)는 지금 좌초의 위기를 겪고 있다.

분명한 것은 처벌받을 사람은 처벌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와 별개로 꾸준히 순항(順航)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계는 이를 까마득히 망각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국정조사 ▲특별검사 ▲국회 추천 총리 수용을 영수회담의 세 가지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국회 추천 총리 수용'은 권력쟁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무총리 임명권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에게 있다. 국회가 할 역할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임자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이다.

부적격 판단이 내려질 경우 임명동의안을 거부하면 된다. 이미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인 상황에서 더민주는 충분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능력이 있다.

결국 국정을 볼모로 세 가지 선결조건을 내세운 더민주의 행태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꼭두각시 총리'를 앉히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난달 28일 "누구로부터도 중립적인 국무총리 등 내각을 인선하고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가운데 국군통수권자·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국민은 헌정(憲政)중단을 원하지 않는다"며 더민주의 지나친 정쟁 몰두를 비판했다.

여당도 망각에서 벗어나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친박(親朴)계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 대신 국민 목소리에 부합하면서도 현안을 현명하게 타개할 방안 마련에 몰두해야 한다.

민심(民心)이 떠나면 대통령이 무너지고, 이렇게 되면 친박계도 존재할 수 없다. 헌정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은 물론이다.

여당 내에서는 더민주 독주를 막을 수 있다면 국회의 총리 후보 건의가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박은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비박(非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여야는 말뿐만이 아닌 실질적인 '거국(擧國)'에 나서야 한다. 정쟁을 중단하고 온 국민이 불신이 아닌 화합으로, 나라가 후퇴가 아닌 전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 앞 펼쳐지는 여야 대립은 대한민국 선진국 도약에도 심각한 훼손을 야기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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