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 막아야" "애꿎은 선장 제물로 바쳐" 대립


[투데이코리아=이준호 기자] 초유의 '최순실 게이트' 수습 논의를 위해 4일 오후 4시께 긴급소집된 새누리당 의총은 친·비박 양 계파 간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다.

한 비박계 의원은 친박계를 향해 "앉아, 이 거지같은 것들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8.9전당대회 승리로 당내 권력을 잡은 친박계에 대한 '비주류' 비박계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7시간 가량 마라톤으로 진행된 이 날 의총에서는 의원 44명이 발언에 나섰다. 이정현 대표 발언이 끝나자 '낀박'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 비공개 전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비박계는 "공개가 원칙"이라며 맞섰다. 비박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지금 의원들을 겁박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계파갈등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여야 회담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의총 내내 대립이 이어졌다. 여야 회담에서도 최소한 비속어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수준을 능가할 정도였다.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새누리당은 60년 자유당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길을 걷고 있다. 당 지도부는 자유당처럼 공멸의 길을 가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공멸을 막기 위한 현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황영철 의원은 "대표 사퇴가 가장 명분 있는 모습"이라며 "촛불에 밀려 사퇴할 것인지, 우리 당 스스로가 결정할 것인지 판단을 하라"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취재진에 "진정으로 최순실 문제에 대통령과 함께 책임지는 정당이라면 이정현 지도부 등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이 연루된 '녹취록 파동'을 의식한 듯 "4.13총선에서 대통령 측근, 비호세력을 양산한 그 총선이 오늘날 최순실을 만들어줬다"고 비판했다.

4.13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해 이후 여소야대 정국에 끌려다녀야만 했다.

지도부 중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우리 다 사퇴해야 한다. 미련은 없다"며 "'이정현은 박근혜 대통령' 이런 게 있어서 국민들은 (이 대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최고위원은 "다음주 월요일(7일)까지 사퇴 의사가 없으면 내가 먼저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친박계에서는 '분당'을 기정사실화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진태 의원은 "대통령 하야를 원하나, 아니면 식물정부를 원하나"라며 "형사소추가 불가능한 현 대통령을 더 이상 능욕하지 말고 탄핵절차를 진행하라"고 말했다.

"야당과 새누리당 내 원하는 의원들은 그렇게 하라"며 "새누리호는 난파 직전이다. 난 그냥 여기서 죽겠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대통령·당대표 퇴진을 요구하지 않고 배와 함께 가라앉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언젠가는 폭풍이 그칠 것"이라며 "당이 살아야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애꿎은 선장을 제물로 바다에 밀어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은 "대통령 신뢰가 저렇게 떨어졌으니 우리도 빨리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다"면서도 "선당(先黨)후사적 생각에서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저쪽(비박계)에서 큰 역할을 하는 김무성 전 대표가 이 대표 등을 두드리면서 '난국 잘 극복하라'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김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정현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더 쉬운 결정"이라며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서두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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