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유승하 기자]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9일 이해승의 손자 이모씨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자지정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정된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반민족행위규명법)을 적용하는 것이 이씨 측의 신뢰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지만, 개정법은 개정 이전에 비해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하는 정도"라며 "종전 결정시 이뤄진 조사 내용만으로도 개정규정에 따른 요건 충족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전 결정 시 이미 이의신청 등을 통해 절차적 권리가 보호된 상태이고 구법 적용에 대한 이씨 측의 신뢰가 확고한 것이라거나 보호가치가 크다고 할 수 없다"며 "개정법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도 개정법 관련 규정이 합헌이라고 한 점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해승은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한일합병 이후 1910년 10월 일본으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의 지위인 후작 작위와 함께 은사공채 16만8000원, 한국병합기념장 등을 받았다.


그는 조선총독부가 관변기구와 민간단체를 망라해 조직한 전시통제기구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의 평의원 등을 지냈다.


이에 반민규명위가 2009년 5월 이를 근거로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자 손자인 이씨는 "대한제국 황실 종친으로 후작 작위를 받은 것에 불과하고 일제의 식민통치 등에 적극 협력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친일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후작이란 신분만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본 것은 부당하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후작 작위를 받은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했다.


판단의 근거가 된 구 반민족행위규명법 제2조7호는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았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했다.


이후 국회는 2011년 해당법 조항 내용 가운데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해 개정했다.


부칙 조항에는 반민규명위가 개정 전 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한 경우도 개정된 규정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이씨 측은 법이 개정되자 항소심 과정에서 "국회가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2심에서 재판부는 "개정된 법은 종전의 법 조항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하는 정도에 불과하고, 종전에 이뤄진 조사 내용만으로도 개정된 규정에 따라 (친일행위자)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며 "개정된 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종합하면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13년 7월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계승한 자는 그 지위 자체로 친일세력 확대에 기여하고 일제강점 체제의 강화의 협력한 것"이라며 "친일재산의 소급적 국가귀속은 소급입법금지 원칙이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편 같은 재판부는 이날 이씨가 "이해승이 취득한 서울 은평구 일대 토지를 친일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재산확인결정처분취소 청구소송도 같은 취지로 패소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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