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상황(上皇)' 시 토사구팽(兎死狗烹) 불가피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때아닌 '상황(上皇. 자리를 물려줬음에도 여전히 권력을 쥔 황제)' 논란에 휘말렸다.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 당시의 '상황(狀況)' 때문이다.

당시 상황은 이러했다. 앞서 '차기 대통령을 내 손으로 세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통령은 이 날 면담을 끝내고 돌연 반 전 총장 등을 토닥이면서 "파이팅"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권세를 틀어쥔 상황(上皇)과 그 권세에 기댄 후임 황제의 모습으로 비춰질 여지가 충분해 진보층은 물론 보수층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박근혜 대통령 비판' 등으로 좌우 모두의 공적(公敵)이 되고 있다.

'MB 사단'이 반 전 총장 실무팀에 대거 합류할 것이라는 소문은 이같은 논란에 불씨를 더하고 있다. MB 정부 중핵이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신중히 잘 도와줄 것을 당부했다"고 최근 밝혔다.

'MB 사단'에 포위된 반 전 총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2천년 전 고사(故事)가 있다.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나라는 진시황(秦始皇) 사후 조고(趙高)라는 인물에 의해 혼란에 휩싸인다.

시황제가 지나칠 정도의 가혹한 법가(法家)에 기울어 혹독한 처벌로 나라를 망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과하고 나아가 돕던 조고는 권력욕에 미쳐 호해(胡亥)를 제멋대로 황제에 옹립한다.


사실상의 '상황'이 된 조고는 개국공신 몽염(蒙恬) 등 충신들을 모조리 도륙하는 한편 천문학적 규모의 부정축재를 일삼았다. 호해는 조고의 도움으로 황제에 올랐지만 아무 실권 없이 이용당하는 처지가 됐다.

혹독한 처벌도 모자라 수탈까지 겪게 돼 결국 폭발한 백성들이 '진승오광(陳勝吳廣)의 난'을 일으키자 호해는 뒤늦게 조고의 비위를 알아챘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조고가 모든 책임을 호해에게 몰고 또다른 황제 자영(子嬰)을 옹립함에 따라 호해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상황정치의 폐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다만 20일 MB 정부 중핵 출신인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돌연 중도하차하는 등 본지(本誌)가 전망한대로 반 전 총장 측에서 'MB 사단 배척' 즉 자정(自淨)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호해처럼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전철을 밟을지, 명군(明君)의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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