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원어 가격 상승 원인도 2011년보다 낮은 수준, 옹색한 변명에 불과

[투데이코리아=최고운 기자] 새해 들어 물가 상승 도미노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참치캔 시장 1위 동원F&B의 가격인상을 두고 말들이 많다.

설전후로 각종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국민 식재료인 참치캔마저 인상됐다. 국내 참치캔 시장 1위(점유율 70%) 동원F&B는 지난달 31일부터 18개 품목의 참치캔 가격을 평균 5.1% 올렸다. 인상 품목은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를 포함한 살코기 및 가미캔 제품 18종이다.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150g'은 2390원에서 2580원으로 7.9%, ‘동원마일드참치 210g’은 2390원에서 2480원으로 3.8% 판매가가 인상된다. 올리브유 참치, 포도씨유 참치 등 고급유참치와 동원라면참치, 비빔참치 등 파우치형 제품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동원F&B 측은 지속적인 참치 원어 가격 폭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및 어장보존, 규제 강화 등으로 태평양과 대서양 등 대부분의 어장에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2월 가다랑어 생산량이 가장 많은 중서부태평양(WCPFC) 지역을 태풍이 강타한 데 이어 10월 이후엔 라니냐로 해수면의 온도가 떨어져 참치가 해수면 가까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어획량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가다랑어 가격은 지난 2년 동안 32%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동원 측이 밝힌 근거는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참치원어의 가격이 최근 상승세인 건 사실이지만 이는 2013년 무렵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2014년과 2015년 하향 곡선을 보이던 참치원어의 값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일 뿐, 실제 가격이 오른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13년경 참치원어의 가격은 kg당 6652원대를 형성했다. 이후 가격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2014년과 2015년에는 48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린 참치원어의 가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728원까지 회복했다.


▲ 통조림용과 횟감용 등을 포함한 참치원어의 가격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원재료 가격 하락은 동원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F&B에서 참치캔 사업을 담당하는 일반식품부문의 영업이익은 2013년 약 359억원(3분기 누적기준)에서 2014년에 약 598억원으로 늘어났다. 1년 만에 65%이상 증가한 셈이다. 원가 하락 흐름이 계속된 2015년(3분기 누적기준) 역시 6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익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업체가 주장하는 참치원어 가격인상과 수익성 악화는 과거 원재료가격 하락과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한데 따른 반대효과”라며 “원가절감 요인이 있을 때에는 가격반영에 소극적이면서 원료 값이 오르자 즉시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있는데, 이는 물가상승 시기에 편승해 제품가격을 올리려는 게 아닌지 강한 의혹이 제기 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동원 측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참치원어인 가다랑어 가격 외에 운반비와 인건비 등 5% 가량 오른 판매관리비를 반영해 참치캔의 가격을 인상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체가 주장한 참치원어의 가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동원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가 배포한 자료에 나온 참치원어의 가격은 ‘참치캔’의 원재료인 가다랑어 외에도 ‘횟감용’ 참치의 가격까지 포함한 가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설득이 떨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액면가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변동 폭은 소비자 단체가 제시한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원재료 값 하락이 제품 가격 하락으로는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2014년과 2015년 출고가를 13%가까이 낮췄으며, 다양한 할인행사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또 “일반식품부에서 참치캔이 차지하는 부분은 25%에 불과해, 원재료 가격 하락의 혜택은 실제 영업익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설연휴를 기점으로 가격을 인상한 업체들 대부분은 동원F&B처럼 원재료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최근의 국정 혼란을 틈타 업체가 ‘꼼수 인상’에 나섰다며,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각종 생필품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생필품 가격은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만큼 정부가 업체들의 인상 요인이 합당한지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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