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제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김창석 기자]최근의 박대통령 탄핵사태는 고영태에 의한 국정농단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영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K스포츠 재단을 장악, 私益을 추구하기 위하여 TV 조선, JTBC 등 언론 및 야당의원들과 짜고 기획폭로를 하여 대통령 탄핵사태를 촉발하였다는 의혹에 대하여 드디어 헌법재판소가 개입,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지난 10일 연합뉴스TV가 보도한 녹취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고영태씨의 '기획폭로설'을 뒷받침하는 말이 담겨 있다. "내가 제일 좋은 그림은 뭐냐면…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거니까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


또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씨의 공판중 공개된 녹취록에서 고씨는 "내가 (K스포츠)재단에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이사장하고 사무총장하고 쓰레기XX 같아…정리를 해야지. 쳐내는 수밖에 없어"라며 "하나 땡겨놓고 우리 사람 만들어놓고 같이 가버리든가 해야지. 거기는 우리가 다 장악하는 거제"라고 말했다.
고씨는 이에 대해 "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씨와 농담식으로 한 이야기"라고 넘기며 재단장악 의도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10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최측근이었다가 갈라선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와 그 주변 인물들의 대화가 담긴 녹취 파일을 달라고 검찰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검찰이 확보한 고씨 등의 대화가 담긴 녹취 파일 2000여개와 그에 대한 녹취록 29개를 헌재가 대신 받아 달라는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만간 검찰에 문서송부촉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은 이 녹취 파일에 고씨가 노승일 부장, 박헌영 과장 등 지인들과 짜고 K스포츠재단을 장악한 뒤 정부 예산을 빼돌리고 사익을 추구하려고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녹음된 이 파일에서 고씨는 측근 김수현씨에게 K스포츠재단을 가리켜 “내가 제일 좋은 그림은 뭐냐면, 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이에 김씨가 “그런데 형이 아직 그걸 못 잡았잖아요”라고 묻자, 고씨는 “그러니깐, 그게 1년도 안 걸려, 1년도 안 걸리니깐 더 힘 빠졌을 때 던져라”고 말했다. 김씨는 고씨의 지시로 최순실 의상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뒤 언론에 제보한 인물이다.


최씨 측 관계자는 “고씨 일당이 최순실씨를 내세워 미르·K스포츠재단을 빼앗으려 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씨가 최씨 몰래 류상영(41) 더블루K 부장 등과 함께 K스포츠재단 관련 이권을 챙기고자 지난해 1월 광고기획사를 설립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또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제거하고 자신이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 재단을 장악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녹음된 파일 녹취록에서 고씨는 “내가 재단에 부사무총장 그걸로 들어가야 될 거 같아. 그래야 정리가 되지. 이사장하고 사무총장하고 XX같이…”라면서 “사무총장을 쳐내는 수밖에 없어. 사무총장 자리에다가 딴 사람 앉혀 놓고 정리해야지”라고 말했다. 당시 K스포츠재단의 이사장은 정동춘(56)씨, 사무총장은 정현식(63)씨였다. 고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장난 삼아 얘기한 것이다. 내가 어떻게 재단에 들어가겠느냐”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좌),고영태(우)



최순실 씨 측은 이 녹음파일에는 고씨가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하고 나서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한 정황이 담겼다면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관련 파일이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영태-노승일씨의 검찰 진술내용을 종합하면, 최순실씨는 2014년 초반까지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입을 옷을 만들어주는 평범한 아낙에 불과했다. 대통령의 40년 지기였기 때문에 최씨는 가끔 청와대에 들어가 밥을 먹었고,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전달받아 일부 수정하는 역할을 했다.


그 후 광고감독 차은택씨를 알고 난 뒤, 최순실씨가 문체부장관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人選에 개입한 것은 비판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범죄행위는 아니다. 최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발족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대통령이 퇴임 후를 대비하여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이 가지 않는다. 최순실씨와 안종범 경제수석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더라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공소장은 검찰의 시각에서 범죄행위를 집대성한 것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게 아니다.
문화융성을 4대 國政기조의 하나로 정한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7월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소재 안가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SK이노베이션 김창근 회장과 개별 면담을 갖고, 정부가 문화,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기업들이 적극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만나, 똑같은 지원을 부탁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뜻을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에게 전하고 전경련 주도로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기업체의 자금 출연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 재단 설립이 지체되고 있던 중, 리커창 중국 총리의 한국 방문이 2015년 10월 하순으로 정해졌다. 정부는 리커창 총리의 방한에 맞춰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단 간의 문화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려고 했다.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 당시, 문화교류를 활발히 하자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단이 없다는 것이었다. 재단 출연금을 모을 시간도 부족했다. 이에 안종범 경제수석은 2015년 10월 19일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급하게 재단을 설립해야 하니 전경련 직원을 청와대 회의에 참석시켜라'고 지시하고,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에게 '300억 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즉시 설립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재단 설립일은 리커창 총리의 訪韓 시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10월 27일로 잡혔다.


법인설립 허가를 담당하는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세종시에 근무하던 담당 직원을 서울로 출장 보내, 10월 26일 오후 8시7분경 설립허가에 대한 기안서를 작성하고, 다음날 오전 9시36분경 내부결제를 끝내고 설립허가를 내주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급속도로 설립된 문화재단이 미르재단이다.
미르재단에는 16개 그룹에서 486억 원을 출연했고, 2016년 1월 12일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는 288억 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기업들이 2개 재단에 출연한 774억 원이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낸 돈으로 보고, 최순실씨와 안종범 경제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죄로 구속 기소한 것이다. 대가를 바라거나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증거를 못 찾았기 때문에 뇌물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K스포츠재단 사업기획본부 부장 노승일씨는 재단의 설립 목적에 대해 '능력은 되는데 돈이 없어 운동을 못하는 전문 체육인을 발굴하여, 그 선수에게 금전적인 지원 및 훈련 여건을 도와주고, 남북 체육교류를 활성화하고, 체육을 통한 국위선양 등을 주요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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