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삼성물산과 엘리엇 경영권 분쟁도 고려 없이

[투데이코리아=장시윤기자]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5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된 이후 현재까지 25건의 상법개정안이 경쟁하듯 발의됐다.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 광풍 속에서 재벌개혁이라는 포플리즘에 휩싸인 입법부와 예비 대선주자들은 외국 투기 자본이 쉽게 경영권을 찬탈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침묵하면서 상법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고, 이사 선출 시 소액주주에게만 집중투표권 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매 이익
과거 대표적인 외국 투기 산업자본인 론스타는 10여 년간 외환은행, 스타타워, 극동건설 매각 등을 통해 10조 원의 수익을 올리며 한국을 떠났다. 또한, 제일은행, 진로, 쌍용자동차 등의 경영권이 외국 투기 자본의 먹이가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상법개정안 주요 내용과 문제점

상법개정안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안번호 2000645, ‘16.7.4.)을 골자로 지난 9일 여야 부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한다는 일명 ‘이재용법’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상법개정안과 함께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反 대기업 정서를 자극하려는 포퓰리즘 입법이라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 헤지 펀드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국부유출이 우려되고,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이런 식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발의한 내용은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 소송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제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주총에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1주 1표’가 아닌, ‘1주 다표’로 특정 후보를 선출시키기 위해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총에서 3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지분 3%씩 보유한 투기 자본 6곳이 모의한다면, 상법 개정 전에는 18%(3%×6곳)의 의결권만 있지만, 집중투표제에서는 54%(3명×3%×6곳)를 행사할 수 있다.

‘다중대표 소송제’는 모회사 주식을 1% 이상 가진 주주는 자회사, 손주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회사 임원에 대한 책임 추궁은 자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하면 되는 것이며, 소송 남발로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더욱 판례에 따르면 모회사와 자회사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기 때문에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의 경영 활동에 개입한다면 독립적인 법인격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주총에 직접 나가지 않더라도 주주 권리를 전자투표 등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소액주주의 참여율을 높이고 소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다. 다만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내리면 현장의 논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어 악성 소문에 휘둘려 투표결과의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사외이사제 독립성 강화’는 사외이사가 대주주 측 인사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대주주 등은 사외 이사를 추천할 수 없으며, 직원, 우리사주조합,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반드시 1명 이상 선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나 투기자본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경영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감사위원 이사를 뽑을 때 지분과 관계없이 의결권은 무조건 3%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총수일가 4명의 보유지분이 각 10%, 2%, 8%, 7%로 총 27%를 가지고 있다면, 현재는 투기자본이 경영권 장악을 위해서는 27%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결권은 무조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총수일가는 각 3%, 2%, 3%, 3%로 11%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지분 2.9%를 가진 투기자본 4곳이 모의한다면 11.6%의 의결권으로 감사위원을 쉽게 자신들이 선임할 수 있다. 투기자본이 앞세운 감사위원을 통해 회사의 기밀 사항이 새나갈 수 있다.

‘일명 이재용법’은 회사 인적분할 시 자본 투입 없이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하여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과정을 조준한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동안 자기 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을 통해 이 요건을 충족해왔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자회사 주식을 매입해야 하므로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을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다.

야당은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하므로 상법개정안을 통해 경영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헤지펀드 등 기업사냥꾼에게 대한민국은 투기자본의 ‘기회의 땅’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여야 4당의 상법개정안 주요 내용에 대한 입장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대로 입법이 되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현행 헌법상 경제민주화는 1987년 개정 당시 군사독재, 국가주도 경제에서 경제주체 간 기회평등을 통해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주도에서 민간주도, 규제 완화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상법개정안은 민간주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완화가 아닌, 기업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규제강화로 나아가고 있다.

개정안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나아갈 방향이라면, 당장 투기 자본으로부터 기업을 지키기 위한 차등의결권(황금주), 포이즌필 등의 제도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의 효율성 극대화를 통한 이윤 창출, 노동자 성과에 따른 보상과 임금제, 투명경영을 위한 분식회계의 철저한 감독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2016년 11월 8일 제346회 법제사법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은 “개정안의 취지와 신규 제도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 자기주식 취득을 허용한 취지 및 재산권 침해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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