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녹음파일' 추가 공개 "검사장 찾으러 다닌다"


고영태 氏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사익 목적으로 최순실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밝혀진데 이어 검찰 수사까지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작년 입수해 '은폐'하다가 최근 최 씨 변호인 요청으로 법정에서 공개된 고 씨와 측근들 간 대화 녹음파일이 14일 추가로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작년 1월 23일 고 씨 측근인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은 "과중한 업무 중이다. 고 회장님 민원처리하러 다니느라고. 내가 동사무소, 검사장을 찾으로 다니고 있다. 검사장급"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또다른 측근이자 대화를 녹음한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와의 대화에서는 '고 회장'이 고영태 씨임이 드러난다.

김 씨가 "단체 카톡에 왜 자꾸 불편한 얘기를 하나"라고 말하자 류 씨는 "불편한 얘기를 해야 돼. 왜냐면 그래야 고영태, 우리 회장이 그 방에서 나가지"라고 답했다.

류 씨는 검찰 인사에 개입해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검사를 지금 반부패팀에 있는 부장검사 바로 밑에 자리 하나에 사람을 꽂고, 이 지시를 하는 거야. 무조건 스포츠계를 이번 정권 끝나기 전에 대대적 수사를 다 해라(는 식으로)"라고 말했다.

검찰에 대대적 수사를 주문하고 무혐의를 받아내 추가수사를 피하자는 의도로 풀이됐다.

실제로 류 씨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면서 김종(차관) 라인을 다 자르고 무혐의 처분을 하면 한 번 수사한 사건은 다시 수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통한 목적도 밝혔다. 류 씨는 "돈 있는 회사에서 뭐하면 되나. (재단) 700억을 곶감 빼먹고 내년에 내가 판 짠 걸로 수사 한 번 해서 마무리하면 이 판도 이제 우리가 (가져)간다"며 재단 사유화 의도를 드러냈다.

류 씨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우리가 전략적인 거다. 우리는 권력이 있다. 그 권력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고 씨가 사익을 목적으로 최순실 사태를 기획하고 검찰 인사에까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그동안의 진술들도 대부분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 수사는 물론 이로 인해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까지 원점에서 재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고영태 녹음파일' 2천3백여 개 중에서 29개만 녹취록으로 작성해 수사기록에 첨부했다. 그러나 자신들과 관련된 내용은 빠뜨렸다.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에도 이 29개만 증거로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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