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찾지 못하고 이사회 열어...'비상체제' 운영

▲전경련(FKI)타워동과 회의장 모습(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코리아=최고운 기자] 4대 그룹이 모두 빠져나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난파될 위기에 처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란 암초에 휩쓸리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전경련이 차기 회장을 구하지 못해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17일 전경련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비공개 이사회를 연다. 600여개 회원사 중 이사회에 속한 110개 기업이 참석 대상이다. 올해 사업·예산·회비를 보고하고 차기 회장 선임을 예고하는 등 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알리고 의결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도 차기 회장은 찾지 못했다. 전경련이 차기 회장을 찾지 못한 채 이사회를 여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엔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책임을 지고 회장과 상근부회장이 이달 말까지 무조건 퇴진을 공언한 상황이라 전경련은 사상 초유의 회장·부회장이 모두 공석인 '비상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차기 회장을 회원사에 알리기는커녕 올해 회비조차 확정 짓지 못한 채 총회를 열어야 할 판국"이라고 말했다.

현재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은 최근 두 달여간 차기 회장 물색에 총력전을 펼쳤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전경련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달리면서 모두 손사래를 쳤다. 관료 출신 인사들 역시 난색을 표했다.

차기 회장 선임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이사회와 총회도 정상적 진행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먼저 전경련 회비의 절반을 책임지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모두 불참한다. 10대 그룹 중에서도 GS와 한진 외에는 모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이사 회원사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전경련 측은 "대부분 위임장으로 참석을 대체하기 때문에 의결정족수(과반수)를 충족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회가 열리더라도 정상적인 진행은 어렵다. 예년에는 ▲작년 사업·예산 결산의 건 ▲올해 사업 계획·예산·회비의 건 ▲차기 회장 선임의 건(회장 임기 만료시) 등을 논의했는데, 이번엔 작년 예산 결산 외에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은 모두 빠진 데다 신임 회장이 와서 어떤 쇄신안을 추진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회비나 사업 계획을 정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일부 회장단은 "회장을 공석으로 둘 수는 없다"며 허 회장의 임기를 한시적이라도 연장할 것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허 회장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전경련을 이끌고 나갈 1·2인자가 부재한 상태에서 전경련의 정상적인 운항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 3당이 '전경련 해산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발의해 놓는 등 전경련 해체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고, 회장 공석이 장기화되면 회원사 연쇄 탈퇴와 운영비 부족으로 전경련은 대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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