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욱 교수 "99년 金과 만나.. 장성택과도 식사"


김정남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최근 살해된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과 친분이 있었다고 주장한 한 한국인 회고록이 러시아 언론에 기고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신욱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부터 스푸트니크통신에 연재된 회고록에서 "김정남을 처음 본 것은 1999년 가을로 기억한다"며 "인간 김정남은 매우 순수해보였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 교수는 99년 가을 러시아 모스크바 부촌 바빌로바 거리 85번지에서 김정남을 처음 만났다. 당시 김정남은 쪼그리고 앉아 있었으며 이 교수는 그를 고려인 청년으로 생각했다.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던 김정남은 유창한 러시아어로 이 교수에게 담배를 청했다. 또 어머니가 아프시다며 자기는 멀리 평양에 살고 있고 종종 어머니를 보러 모스크바를 찾는다고 밝혔다.

당시 이 교수는 이 청년이 김정남일줄은 모르고 단순히 평양 고위층으로만 생각했다. 김정남은 이 교수가 한국말로 대화를 이끌어나가면서 비로소 이 교수가 한국인임을 깨달았다.

이 교수는 "김정남의 성격은 교과서에서 배웠던 포악하고 권력지향적인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와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

"도박, 술, 여자를 좋아해서 북한판 오렌지족이라는 소문을 당시 모스크바에서 심상찮게 들을 수 있었으나 인간 김정남의 일부분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인간 김정남은 순수해보였고 필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솔직했으며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매우 깊어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당시 가정교사를 하던 집에서는 흰 저고리, 검정치마 복장의 여성경호원 7~8명의 호위 아래 산책을 하는 노부인이 종종 목격됐다.

이 교수는 이 여성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성혜림은 투병 중이었지만 북한 의료기술이 부족해 모스크바에서 치료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김정남은 생부 김정일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매우 엄격한 성격이라는 점은 은연중에 내비쳤다. 때문에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모스크바에 와서 2주~1달 정도 체류했다고 밝혔다.

최대 300만 명이 굶어죽은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는 북한 대사관에도 영향을 끼쳤다. 직원들 행색은 초라했다.

그들은 오직 외화벌이만이 살 길이라는 일념으로 모든 사업에 뛰어들었다. 심지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만난 한 북한 인사는 김일성 배지를 팔기도 했다.

'로열 패밀리'에게도 영향을 끼쳐 김정남의 행색도 누추했다. 성혜림 생활비 및 치료비는 전적으로 장성택의 외화벌이에서 충당된 것으로 추정됐다.

장성택은 가끔 모스크바를 다녀가면서 한국식당을 비밀리에 예약했다. 장성택은 러시아인들이 쓰는 샤프카를 쓰고 허름한 러시아 외투, 양복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장성택과 한인타운 호텔 로비에서 만나 비밀리에 식사를 했었다며 로비에 장성택, 김정남, 그리고 김정은으로 추정되는 12~14세 나이의 어린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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