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승인 없이 그의 직계가족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투데이코리아=김창석 기자] 김정남 피살의 직접적 배후는 북한 김정은이며, 잠재적 위협을 모두 제거하려는 의도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지난 16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김정남 살해 지시는 북한에서 김정은 외에 다른 누구도 내릴 수 없다"는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사진)은 VOA 방송에서 “북한체제의 중앙집권적 성격을 고려할 때 그런 명령은 오직 김정은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며 “김정은의 승인 없이 그의 직계가족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학 교수도 이번 일은 모든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해 버리는 김정은식 숙청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해외로 망명한 前 북한 고위 관리 출신 A씨도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북한 정보기관 등의 ‘과잉충성’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도 김정은이 이번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김정남이 북한 정권에 실질적 위협을 가하거나 지도자 자질을 갖춘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중국 등 제 3의 세력이 김정남과 손을 잡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김정남 암살로 김정은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주장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이번 피살은 혈육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북한사회에서 선을 넘은 행위이자 정권의 불안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라며 “가족을 죽인 것은 정권 내 지지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김정은의 입지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 등에서 재직한 조셉 디트라니 대니얼모건 국립안보대학원장은 “김정일의 아들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을 살해해서 어떤 사람의 권력이 강화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김정남 피살을 정권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징후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장성택 등 고위 당국자들을 제거하고 인민무력부장을 수차례 교체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모든 북한 관리들이 극도로 불안해하고 당국의 철저한 감시에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다”며 “해외주재 북한 외교관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 가운데 탈북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김정남 피살’ 배후와 관련해 “정보당국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라고 거의 단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만에 하나 다른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인 김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 원한이나 돈 문제가 얽혀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100% 배제해야 하는 상황인지 우려가 된다”면서도 “‘혹시’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거의 김정은이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정남 암살 배경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어떤 상황에서 ‘손봐줘라’, ‘싫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이병호 국정원장이 전하더라”라며 “그저 싫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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