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1개 골목상권 보호대책안 발표...효과는 미지수

▲CU편의점 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코리아=최고운 기자] 편의점의 진격이 심상치 않다. 전국 곳곳 그것도 골목이란 골목에는 CU, GS, 세븐일레븐, 위드미 등 편의점이 24시간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이렇게 포화 상태에 있는 편의점은 갈수록 은퇴자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업종으로 두각을 나타내더니 골목을 지키던 슈퍼와 일명 구멍가게들을 하나 둘 삼키며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은평구 갈현동에서 20년 가까이 작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수(62. 가명)씨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이 좁은 골목에만 편의점이 2개나 들어왔고 길 건너까지 포함하면 4개가 있어서 손님들이 거의 없다”며 “이 상태로 제약 없이 24시간 편의점이 골목상권을 점령해버리면 영세 상점의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편의점의 팽창은 곧 골목상권의 블랙홀로 작용해 모든 영세점포를 빨아들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편의점의 포화는 이미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예상되었다. 유행어가 된 '혼밥'(혼자 밥 먹기)과 '혼술'(혼자 술 마시기) 열풍으로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이 증가한 탓에 편의점의 수가 팽창하고 있지만 택배서비스부터 소화제, 두통약, 일회용 밴드 등 일반상비약품, 세탁서비스, 포차, 도시락, 원두커피, 화장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상품들을 판매하는 곳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3722억원으로 2015년 동기보다 13.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0.9% 늘어난 712억원을 기록했다.
CU와 1,2위 다툼을 하고 있는 GS25의 GS리테일의 매출액은 15.3% 증가한 1조9873억원, 영업이익은 9.8% 늘어난 8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비 편의점 사업까지 포함된 실적이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은 편의점 부문이 거의 이끌었다.
롯데그룹 계열의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은 5.6%, 48.5%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처럼 대기업의 편의점들의 매출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의 무한질주가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는 한 때 '편의점 심야영업 전면금지'라는 초강수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21일 유통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자유한국당(前 새누리당)이 최근 골목상권 보호 및 활성화 대책으로 발표한 편의점 심야영업금지(자정~오전 6시) 방안이 슬그머니 철회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골목상권 보호 대책으로 편의점 심야영업금지 조항이 갑자기 튀어나와 당내에서도 반발이 매우 컸다"면서 "당 차원에서 조율된 내용이 아닌 만큼 편의점 심야영업 전면금지는 추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골목상권 보호 및 활성화 대책으로 재래시장에 1조7400억원을 투입해 시설을 지원하고, 복합쇼핑몰 월2회 의무휴일 규제 등과 함께 편의점 심야영업을 원칙적으로 금지시켜 편의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부터 편의점 심야영업 금지 주장이 나왔지만 한국당 안팎에선 편의점 심야영업 규제가 편의점의 핵심 경쟁력인 24시간 영업과 동떨어진데다 편의점 가맹점주 대다수가 소상공인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이에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원장이 전날 의원총회를 통해 "가맹점주가 원하면 24시간 영업원칙을 자율적으로 조정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편의점 심야영업의 원칙적인 금지가 아닌 자율에 맡기겠다는 취지였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 심야영업은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12조3항(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금지)은 가맹본부가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시간을 구속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심야 영업시간대 매출이 저조해 가맹점주가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경우,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가맹본부가 이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편의점들은 심야영업을 하면 전기요금 지원을 해주거나 배분율을 올려주는 식으로 심야영업을 유도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선 이같은 규제 공약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표만 쫒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직작인들의 야근과 야간활동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심야에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고, 유흥가 등에선 오히려 심야시간이 특수를 누리는데 이런 현실을 모르고 무리하게 편의점 심야영업을 골목상권 보호대책과 연계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자유한국당은 골목상권 보호방안으로 편의점의 영업거리(250m) 제한기준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신규 출점 거리 제한은 같은 프랜차이즈에만 해당되기에 그동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도한 밀집을 방지하기 위한 이같은 방안은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심야영업 금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영업제한으로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데다 소비자들의 불만 역시 크다.

강남역 근처에 사는 20대 최모씨는 "심야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편의점인가. 나같이 저녁늦게까지 일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지금의 편의점이 절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천에 사는 30대 윤모씨도 "그 시간에는 편의점 외에는 문을 여는 곳이 없다. 편의점 영업제한과 골목상권 보호가 어떤 관계가 있느냐"며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에 대한 대책은 없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가맹점주가 희망할 경우, 심야영업이 가능하도록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이러한 정치권의 공약들이 대선을 통해 현실화 될 가능성도 있지만 편의점과 구멍가게들이 공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는 편의점들과 대형마트, 여기에 기업형 슈퍼마켓까지 가세해 골목에서 영세점포는 궤멸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높다.

그러나 대부분의 점주들은 ‘편의점도 골목상권’이라고 주장했다. 슈퍼만 골목상권이고 편의점은 아니라는 시각도 이제는 옛말이 된 것이다.
또한 심야영업금지는 겉으로는 점주들의 편의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편의점을 마치 마트와 동일하게 바라보며 골목상권의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시에 가맹본부들이 점주들을 상대로 악랄하게 착취를 하는 프레임을 포장하려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가맹본부는 심야 영업을 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전기요금을 지원하거나 수익배분율을 높여주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것이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야간영업을 유도하기 위해 꼼수라는 지적에 업체들은 강요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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