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악화로 저소득 계층 직격탄 맞아 갈수록 심각

[투데이코리아=최고운 기자] 가계부채가 위태롭다. 특히 하위 20%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경기가 둔화되면서 실업자가 늘고, 내수마저 얼어붙으면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는 바닥에 가깝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 가구의 월소득은 2010년 119만원에서 2015년 153만원까지 늘었다. 2005년 월소득 증가율(-0.7%)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10년간 1분위 가구의 월소득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금융위기때도 소득이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1분위 가계의 소득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한 데 이어 2분기(-6.0%), 3분기(-5.9%)까지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11년만에 1분위 가구의 월소득이 연간 기준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월소득이 0%대 후반의 성장률과는 대조적이다. 또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는 1분위보다 소득 감소폭이 작았고, 3분위∼5분위는 대체적으로 평균보다 높은 소득 증가율을 보였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소득 상위계층이 버텨내고 있는 반면, 저소득 계층은 직격탄을 맞았다는 방증이다.


1분위 가계의 소득감소 이유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이런 정황이 더욱 자세히 보인다. 지난 3분기 1분위 가계의 소득이 5.9% 줄어들 때, 임금근로자의 근로소득은 12.4% 감소했고 자영업자들이 버는 사업소득도 12.5% 감소했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직자가 증가하고, 내수침체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소득도 대폭 줄었음을 볼 수 있다. 임대료와 이자 등이 포함된 재산소득도 11.4%나 감소했다.


늘어난 것은 정부의 연금 등이 포함된 이전소득으로, 이 기간 중 8.5% 증가했다.
1분위 가구의 가구주 평균연령이 60세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실직하거나 자영업에 실패한 고령자들이 연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분위 가계의 전체 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1%였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37%로 뛰어올랐다.


특히 다른 소득들이 2015년 이전부터 감소해온 것과는 달리, 1분위 가계의 근로소득은 지난해 들어 급격하게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계의 여유는 그만큼 빠르게 축소됐다. 총소득에서 이자비용, 세금 등을 제하고 소비 등에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2015년 4분기까지만 해도 증가 추세를 이어갔으나, 지난해 1분기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득이 줄고 있지만 씀씀이를 줄이기란 쉽지 않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쓰고 남은 돈의 비율을 나타내는 흑자율은 2015년 -0.2%로 준수한 상태였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6%, -7%, -12%를 기록했다.


적자가 계속되면 결국 생활비를 벌기 위해 금융기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1분위 가구의 부채보유액은 지난해 4050만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절반 이상이 생활비나 사업자금 용도다. 빚을 낸 1분위 가계 중 35.4%가 영농자금을 포함한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였고, 25.5%는 생활비 조달을 위해서였다. 소득 4∼5분위가 주택마련을 위해 대출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해 소득이 더 감소할 경우, 1분위 가계가 빚을 갚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저소득층의 소득분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제 12차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저소득층의 근로ㆍ사업소득 감소에 대응, 1분위 가구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1∼2인가구와 노인가구의 소득증대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1분위 가계의 소득악화 핵심 요인인 제조업 경기부진과 자영업 과당경쟁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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