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카드' 김정남 사망, 露 관계 강화 원인인 듯


김정은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를 비방하고 나선 북한이 폭주하고 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 제하 보도에서 "유독 말끝마다 '친선적 이웃'이라는 우리 주변 나라에서 우리의 이번 (중거리탄도탄) 발사 의의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정남을 보호해오던 중국은 이번 암살로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이 물밑에서 북한에 강력항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양 측이 모종의 밀약을 맺고 중국 책임론을 벗기 위해 일종의 '쇼'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양 측 관계가 악화됐다는 전제 하에 북한은 러시아와의 동맹에 기대는 것으로 보인다. 중러(中露)는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 앞에 동맹관계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을 이용해 중국은 물론 한미일(韓美日)까지도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요구에 불응 시 '미친 개(북한)'를 풀어놓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북중(北中)관계는 중국이 북한에 개혁개방을 요구한 70~80년대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 90년대 초 한중(韓中)수교는 결정타를 날렸다.

이후 미국의 1~2차 이라크전쟁, 아프간전쟁을 목격한 북한은 미국으로 기울어졌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이 그것이다.

다만 미북(美北)수교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다는 점을 알기에 중국, 러시아와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군사·사상적 침투를 막아주는 중국의 보루다. 북한은 이 점을 꿰뚫고 중국을 이용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북한을 원하는 러시아에게 '티 나게' 접근해 중국의 애간장을 태우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를 통해 때로는 중국으로부터, 때로는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물밑 지원·협력을 이끌어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했다. 지금은 러시아로 기울어진 셈이다.

북한이 자국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시 중국이 '김정은 교체 카드'로 사용할 예정이었던 김정남이 사망한 것도 이번 비난의 원인으로 보인다. 김정은으로서는 '목구멍의 비수'에서 벗어난 기분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의 중국 비난으로 양 측 관계가 완전히 파탄날 가능성은 낮다. 상술했듯 북한은 중국에게 있어서 계륵(鷄肋. 먹을 건 없지만 버리긴 아까운 닭갈비) 같은 존재다. 북한이 중국을 공개비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금처럼 러시아에 계속 기대면서 중국을 자극해 '항복'을 받아내는 전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기에 가능한 계획이다.

만약 미국이 없다면 중러는 패권을 두고 다투는 관계가 됐을 것이기에 북한이 이른바 '양다리'를 할 수 없게 된다. 어느 한 쪽에 붙어야 하기에 중국 또는 러시아에 완전히 종속되는 운명이 된다.

북한은 핵·미사일 완성 시 완전히 폭주해 '강성대국 완성' 허상에 빠져 베이징(北京)·모스크바에까지 핵무기를 겨눌 수 있다는 점에서 중러의 현명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한미일(韓美日)은 이같은 북중러(北中露) 관계의 허점 즉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파악하고 관계 분열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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