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입증 안됐는데 모함으로 파면하면 정치발전 저해"


박근혜 대통령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27일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7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무고함을 호소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 정책상 잘못은 탄핵사유가 안 된다는 점을 헌재는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명백한 범죄행위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함으로 파면하게 되면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인용 결정이 가져올 결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단 변론 요약본.

이제는 대한민국 최약자로 전락한 피청구인 측에게 소추위, 언론은 고의적 지연술책을 한다고 폄하했다. 이렇게 재판이 빨리 진행된 건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이자 심리 중 재판관 공석이 원인이다.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근본적 원인은 피청구인에게 있지 않다. 애초에 사실여부가 불분명한 가운데 언론이 시민들 도덕적 감정을 자극하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면서 시작됐다. 특정 정치세력의 불순한 정략도 뒤엉켜 있었다. 객관적 조사 없는 소추사유에 기반했다.

재판관들이 임기만료로 퇴임했음에도 충원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피청구인 방어권 제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피청구인의 방어권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헌법상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으로 국정 전반을 지휘한다. 피청구인은 작년 12월 국회 탄핵 통과로 81일째 권한이 정지되고 있다. 인용으로 파면되면 국민이 뽑은 정부가 급작스레 와해되는 정변의 양상을 갖게 된다.

만약 인용돼 피청구인이 파면되면 조기대선이 불가피하고 현재의 과격한 갈등에 비추어 볼 때 대선이 혼란에 휩사일건 뻔하다. 과격사태가 일어나면 상상조차 못할 불상사 있을 수도 있다. 기각으로 피청구인에게 임기를 보장하면 탄핵에 찬성한 정치세력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올 수 있다.

이런 때 필요한 건 법조인의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용기와 양심이다. 사법적 판단이야말로 가장 필요하다.

이 사건의 진상이 헌재에서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피청구인은 최서원과 다년간 가깝게 지내며 일상에서 소소한 도움을 받고 국회의원 때도 조언을 받았다. 피청구인은 대통령 취임 후 문화체육 발전에 최서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은 없다. 최서원 등의 농단을 몰랐다.

연설문 일부 표현에 대해 조언받은 적은 있으나 국정에 개입하게 한 적은 없다. 중소기업을 돕고자 안종범에게 지시한 사실은 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헌법 등을 위반한 적이 없다.

세월호 행적 소추사유는 악의적이고 황당했다는 점이 입증됐다. 당초 대통령이 죄 지었다고 주장하던 소추사유가 말이 안된다는 점이 드러나자 이제는 막연한 표현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피청구인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토요일은 촛불과 태극기가 맞붙고 있다. 탄핵 반대 측은 급기야 국민저항권을 선포하고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사실상 내전상태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대한민국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지향적 고민이 필요하다. 정략적 여론몰이가 가세하면 언제든 대통령 임기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앞으로 대선이 치러져도 패자의 승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명백한 범죄행위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함으로 파면하게 되면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저해한다. 인용 결정이 가져올 결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죄를 지었다면 퇴임 후 형사책임이나 임기 도중 민사책임을 지울 수 있다. 다른 책임추궁 수단이 많은데도 탄핵을 동원할 이유는 없다. 최서원 등에게 1심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통령 파면은 옳지 않다.

이들은 피청구인과의 공모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검찰 기소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최서원 등에게 무죄가 판결될 가능성도 있는데 서둘러 대통령을 파면하는 건 옳지 않다. 파면 후 최서원 등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인용은 대통령 단임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헌법이 단임제로 한 건 장기독재를 막고 대통령이 임기 동안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국정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인용 시 헌정질서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12년마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국정혼란은 불가피하다. 고문, 인권침해 등 큰 잘못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한 푼도 안 챙긴 대통령을 파면하면 헌정질서 안정, 국정 연속성은 유지될 수 없다.

실패로 끝난 중국 문화대혁명, 대중민주주의로 후퇴할 수 있다는 국민 우려도 있다. 탄핵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 외의 방법들, 민형사 재판 등이 오히려 더 효과적 수단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용은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가혹하다. 피청구인은 부모님을 총탄에 잃은 비극을 겪었다. 미혼이라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이 홀로 청와대에서 재임했다. 기쁜 일이 있어도 슬퍼도 함께할 사람이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무척 외로운 자리다'고 말한 바 있다. 피청구인은 누구보다 깨끗한 정치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이를 위해 아끼는 형제친척도 멀리했다. 그런 피청구인이 지인을 위해 부정부패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

피청구인이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건 아니다. 홀로 살면서 40년 인연을 맺은 사람을 지나치게 믿은 불찰에 이런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이 사건 후 뼈저리게 반성했고 본인 잘못에 대해 세 차례나 국민에게 사과했다. 피청구인의 불찰로 인해 생겨난 일이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 정책상 잘못은 탄핵사유가 안 된다는 점을 헌재는 밝힌 바 있다. 피청구인은 측근 범죄로 여론에 엄청나게 비난받았고, 검찰로부터 가혹한 수사를 받고, 야당이 임명한 특검에게 강제수사를 받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통과돼 엄혹한 책임추궁을 당했다. 그 부분이 참작되어야 한다.

혹자는 찬성여론이 높으니 인용해야 한다고, 촛불민심이 높다고 하는데 민심은 수시로 변한다. 일시적 여론에 편승해 결정한다면 크게 후회할 수 있다. 이제는 피청구인 지지자들이 훨씬 더 많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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