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롯데 120개 업체 줄줄이 개점휴업, 오리온과 농심도 불안

▲중국어로 적힌 영업종료 안내문


[투데이코리아=최고운 기자] 롯데를 비롯해 우리나라 대표 유통 회사들이 중국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의 ‘사드’발 대응 행보가 수위를 넘어서 보복이 가시화된 게 아니냐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롯데 이사회가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 승인 후 중국의 사드보복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 및 롯데그룹은 중국시장 내 국내업체들이 운영하는 유통사업과 대형 마켓·시설 전반에 걸쳐 현재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지난 1일에는 중국의 거대 온라인쇼핑몰 '징동닷컴'에 입점한 롯데마트관이 폐쇄됐다. 롯데마트의 중국 홈페이지는 해킹으로 마비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 일부 업체들은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의 재입점 심사에서 줄줄이 ‘탈락’ 통보를 받았고, 한 유통 매장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광고용 간판을 내리라’는 연락을 받기까지 했다.

그 가운데서도 현지 롯데 유통 계열사 매장들의 경우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보기에 무리가 없을 만큼 정상 운영 자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마트 매장이 가장 큰 사드발 여파를 떠안고 있다.

롯데가 수 년동안 적자를 떠안고 중국에서 운영 중인 업장, 매장, 스토어 수는 올해 기준 120개(대형마트 99개·백화점 5개·슈퍼마켓 16개)에 이른다.

하지만 문제는 롯데만이 아니다. 사드 직격탄의 불똥이 오리온과 농심 등 식품업계로 확산될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에 이어 한국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벌어질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오리온과 농심 역시 끊임없이 현지상황을 체크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내 오리온 공장

오리온의 한 관계자는 "거의 매일 현지와 통화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법인의 경우 중국인들이 현지기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토착화돼있고 한류를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불매운동 기류는 없지만 상황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온의 경우 1993년 중국에 첫 발을 들인 후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 현지 2위의 제과업체로 자리잡았다. 중국매출이 전체의 56%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화교 출신 담철곤 회장이 중국 사업을 강력히 추진한데다가 중국 역시 오리온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담 회장의 조부는 타이완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화교로, 담 회장은 1980년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부회장과 결혼하며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하오리오(좋은친구)'라는 현지 사명을 쓰고 있으며, 현지 법인을 통해 제품을 100%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소비자 대부분이 오리온을 글로벌 기업이나 중국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사드 한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1조3460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롯데제재와 관련된 중국 기사에 '오리온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23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농심 역시 중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에 라면 생산시설을 설립한 후 1998년 칭다오, 2000년 심양에 라면 생산시설을 갖추며 현지화에 성공했다. 신라면의 경우 매년 30% 대의 매출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까지 중국 매출에 이상기류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며 "상황을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고 전방위적인 보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감정도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진출 기업들의 타격이 우려된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풀 수 없는 너무 난해하고 예민한 숙제를 (정부가)손도 못쓰고 지체하면 공들여 만든 현지 시장을 뺏기거나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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