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대다수 國民 마음? 동의할 수 없어"


권영해 전 국방장관(가운데)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권영해 전 국방장관(탄기국 공동대표)은 3일 ▲헌재 9인 전원 재판부 구성 ▲검찰에서의 태블릿PC 의혹 및 고영태 녹음파일 수사 촉구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달했다.

헌재 앞에서 단식투쟁을 잇고 있는 권 전 장관은 탄원서를 직접 작성했다.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뒤 특검, 헌재의 공정수사와 심리과정을 기대했고 결정을 수용하려 했다"며 "JTBC 태블릿PC 조작 의혹이 커지고 고영태 녹음파일에 대해 누구도 명확한 조사를 하지 않으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과연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권 전 장관은 이 날 헌법재판관 8명에게도 각각 탄원서를 전달했다. "(촛불시위에서) 반(反)대한민국을 넘어 체제부정, 국가전복 구호가 난무한다"며 "저는 그것이 대다수 국민 마음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권영해 전 국방장관 탄원서 전문(全文).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님께 드리는 탄원서

전(前) 국방장관, 안기부장 / 현(現) 탄핵기각 국민운동 본부 공동대표 권영해.

존경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님께 탄원합니다.

얼마나 힘드십니까.

지금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계신 분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님 앞에 놓여진 막중한 사명은 황교안 대행님께서 그곳에 계시기 때문이고, 또 그 소임이 대한민국과 국민이 주신 역사적 소임이기 때문에 피할 수도, 포기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지난 해 12월 탄핵이 결정된 이후 매주 토요일, 그리고 이틀 전 3월 1일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수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는 많은 애국 국민들을 볼 때마다, 어쩌다 보니 그 중심에 서게 된 저의 마음은 갈가리 찢기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순수한 애국심과 애타는 부르짖음, 통곡은 여러 가지 다양한 목소리로 표출되고 있으나 제가 지난 12월 24일 목격한 한 노부인의 절규로 요약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70대의 그 노부인은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손자를 업고 저녁 늦도록 태극기 집회 연단 앞에서 연신 눈물을 흘리면서, “이제 집회가 끝났으니 돌아가 주십시오” 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단 주변을 서성이셨습니다. 그래서 연단 위로 모셔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시라고 청했더니 다음과 같이 외치셨습니다.

“내가 이 어린 손자를 업고 이렇게 나온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이 나라를 우리가 어떻게 세웠고,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켜 왔는데 오늘날 저 촛불 세력이 주장하는 대로 하자면 빨갱이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한 세상에 내 사랑하는 손자, 손녀들이 살게 될 것을 생각하니 기가 막혀서 눈물만 나와요. 그래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이 손자에게 먼 훗날이라도 이 할머니가 빨갱이 나라를 너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소리치며 통곡했는지를 보고 기억하도록 말이에요”

존경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님,

많은 식자(識者)들이 그 어떤 논리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 되었음을 설명하더라도, 저는 태극기를 들고 나온 순박한 애국 국민들의 마음만은 위에서 설명 드린 그 노부인의 마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집회가 거듭될수록, 그리고 모이는 군중이 많아질수록 느끼고 있습니다.

이 곳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제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호주 시드니에 갔을 때 직접 목격한 광경들로부터, 그리고 미주에서 전해오는 소식을 통해서도 모두가 마찬가지임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12월 9일 탄핵 의결 후 저는 특검과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수사와 심리 과정을 기대하였고 그렇게 된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국회의 탄핵 결정에 주요한 단초가 되었던, JTBC가 보도했던 태블릿 PC의 조작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최근에 정규재 한국 경제 신문 주필에 의해 밝혀진 1500개 이상의 고영태 녹취파일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되었을 때,

그리고 이들이 한 국가의 권력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마치 장난감 갖고 놀듯 주고 뺏고 하는 내용으로 탄핵 사태의 근원임이 분명함에도 검찰이나 특검 그 누구도 명확한 조사와 확인을 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였고 헌법 재판소 역시 특정 재판관의 임기에 맞추어 중차대한 탄핵 심리를 속결로 진행하고 있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애국 국민들은 공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의 조사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헌재의 어떠한 결정에도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 애국국민들의 한결같은 심정입니다.

저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묻고 싶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국민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과연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입니까?

특검은 이미 그 활동 기간이 만료 되었습니다. 이제는 검찰로 하여금 이 모든 의혹에 대해 수사하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저는 특검이 수사하지 않았다고 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현직 검사들이 그들과 똑같은 입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야당과 국회가 무엇이라 시비를 걸 것이 분명하다는 우려 때문에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것 입니까?

헌법재판소의 판결 역시, 9명의 재판관들 중 1명이 퇴임하고 또 한명이 퇴임을 앞두고 있기에 그 기한에 쫓겨서 심리하여 판결하지 않고, 제대로 9명의 재판관을 모두 갖추어 심리하고 판결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저는 수많은 애국국민들의 외침과 열망을 제도권 밖에서 더 이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제가 믿는 하나님 앞에 이 문제를 탄원하기 위하여 헌법 재판소 앞에서 금식 기도 나흘째에 임하고 있습니다.

에스더서 4장 14절의 말씀을 금식 시작 후 매일 같이 묵상하면서, 오늘날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각자가 맡은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공의와 법의 정의를 세울 수 있을지를 간구하고 기도합니다.

만약 수많은 선열들의 피와 눈물과 희생으로 세워지고 지켜져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자유 민주주의를 근본으로 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현재의 북한처럼 공산주의도 아니요, 사회주의도 아닌 이 세상에 전무후무한 망나니 국가에게 송두리 째 바쳐진다면, 제가 이 땅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선열들에게는 피 흘려 세워서 물려주었던 조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못난 후손이, 후대에게는 거룩하고 자랑스런 조국을 더 이상 물려주지 못한 비겁하고 무능한 선조가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하나님께 매달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에 저는 절망하고 있습니다.

부디 애국 국민들의 이와 같은 충정을 전달하는 이 노병(老兵)의 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2017년 3월 3일


헌법재판관님들께 드리는 탄원서

전(前) 국방장관, 안기부장 / 현(現) 탄핵기각 국민운동 본부 공동대표 권영해.

존경하는 헌법재판관님들께 탄원합니다.

얼마나 힘드십니까.

지금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계신 분들이 헌법재판관님들이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재판관님들 앞에 놓여진 막중한 사명은 여러분들이 그곳에 계시기 때문이고, 또 그 소임이 대한민국과 국민이 주신 역사적 소임이기 때문에 피할 수도, 포기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금년 만 80세인 저는 1937년 이 땅에 태어나서 선택의 여지없이 대한민국은 저의 조국이 되었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았고, 해방의 기쁨을 맛보았으며, 6.25 전란 중에도 살아남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통일 없는 휴전 결사반대” 데모에도 참여했었습니다.

분단된 이 땅에 사는 젊은이로서, 적화통일을 시도하는 세력들과의 전쟁이 또 다시 일어난다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자, 1955년 육군사관학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1959년 육군소위로 임관한 후 최전방 비무장지대 경비소대장으로부터 시작하여 최초의 월남전 파병 맹호부대의 1진으로 월남전에도 참전했었습니다.

그 후 저의 능력과 자질로는 과분하게도 장군으로 진급하였고, 국방부 차관과 장관을 거쳐 국가 안전기획부장으로서 막중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오직 국가 안보를 위한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관님 여러분,

제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았을 때 저에겐 분명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재판관님들과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수많은 선열들의 피와 눈물과 희생으로 세워지고 지켜져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조국이요, 자유 민주주의를 근본으로 하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아니겠습니까?

만약 이 나라가 현재의 북한처럼 공산주의도 아니요, 사회주의도 아닌 이 세상에 전무후무한 망나니 국가에게 송두리 째 바쳐진다면, 제가 이 땅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선열들에게는 피 흘려 세워서 물려주었던 조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못난 후손이, 후대에게는 거룩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더 이상 물려주지 못한 비겁하고 무능한 선조가 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감에, 저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1월, 촛불시위가 광화문을 덮고 탄핵 정국이 시작되었을 때, 2번에 걸쳐서 그 현장에 가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문제는 자본주의다.”, “사회주의가 답이다.”, “정권교체가 아닌 체제 교체”, “북쪽은 우리의 희망이요 미래다”라는 구호가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음을 직접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분명한 단두대가 있었고, 아직 탄핵이 결정되지도 않은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을 장사지내기 위한 상여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헌법재판소에서 이적단체로 규정하여 해산을 명령하였던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前)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호도 외쳐지고 있음을 목격했습니다.

반(反) 대한민국을 넘어 체제 부정과 국가 전복을 부르짖는 구호가 난무하는 해방구인 시위 현장을 보고, 저는 그것이 소위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12월 9일 탄핵 의결 후 저는 특검과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수사와 심리 과정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국회의 탄핵 결정에 주요한 단초가 되었던, JTBC가 보도했던 태블릿 PC와 고영태 녹취파일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확인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특검의 수사 과정과 특정 재판관의 임기에 맞추어 속결로 진행되는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정당할 것인지 우려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태극기를 들고 구국(救國)의 현장에 나선 수많은 애국 국민들은 헌법재판관님들이 그동안 우리들의 외침을 다 들으시고 현명하신 판단을 내리시리라 기대하고 믿으면서도, 개인적으로 기독교를 믿는 장로의 한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공의와 법의 정의가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는 헌법재판관님들에 의해 실행되기를 바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목숨을 걸고 3일째 금식 기도를 할 수밖에 없음을 혜량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탄핵 심판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후대 역사에도 길이 남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현명하신 헌법 재판관님들께서 이와 같은 사실을 다시 한번 헤아려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7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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