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몬테네그로가 21일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확정지음에 따라 6개 공화국으로 이뤄졌던 옛 공산주의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2003년부터 유럽연합(EU)의 중재하에 세르비아와 국방, 외교 부문을 공유하는 느슨한 형태의 신(新)유고연방을 형성해온 몬테네그로는 신생 독립국으로 탄생, 빠른 시일 내에 EU 등에 독자적인 가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몬테네그로 독립 배경 =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몬테네그로인은 오래전부터 세르비아인의 한 일파로 분류될 만큼 혈통이나 정서적으로 세르비아와 매우 가깝다.
따라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마케도니아가 잇따라 연방에서 독립할 때도 몬테네그로는 내부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고 연방에 잔류했다. 또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당시에는 세르비아와 동맹국의 위치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보스니아 내전 이후 몬테네그로는 내전을 주도한 세르비아와 같은 연방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국제사회로부터 가혹한 경제 제재와 고립을 강요당해야 했다.
연방을 탈퇴해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 것이 정치,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 될 것이라는 독립 지지파의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두 나라는 국방과 외교 부문을 공유했으나 인구 800만명의 세르비아와 65만명의 몬테네그로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것은 양국간 불신의 골을 깊게 하면서 몬테네그로 국민의 독립 의지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
지난 98년부터 끈질기게 몬테네그로 독립을 추진해온 밀로 주카노비치 몬테네그로 총리는 자국의 이 같은 상황을 `세르비아의 인질'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각각 어떻게 되나 = 양국은 느슨한 형태의 연합 국가를 형성해오면서 각자의 대통령과 총리를 별도로 선출하는 것은 물론 통화나 통관, 무역규칙 등에서 사실상 독립적 체제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몬테네그로 독립 이후에도 양국의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티토 대통령 사망과 공산주의 몰락, 발칸전쟁 등을 거치면서도 신유고연방으로 대체돼 유지해오던 구 공산주의 유고 연방이 완전히 해체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세르비아-몬테네그로라는 이름의 연방국이 국제사회에서 누리던 지위는 모두 사라지고 몬테네그로는 1918년 세르비아군에 의해 강제 병합된 이후 88년만에 독립 국가로 재탄생, 외교와 국방에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찾게 됐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연방은 지난해부터 EU 가입 협상을 벌여오고 있지만 각기 다른 경제 시스템을 고려, 이원적인 형태로 진행해온 만큼 EU 가입 협상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몬테네그로는 EU 가입 이전에 국제사회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입 시기는 다소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몬테네그로가 국민투표 뒤 겪게 될 후유증이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독립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물론 현재 세르비아에 살고 있는 26만명의 몬테네그로인 중 상당수가 몬테네그로에 아직 연고를 가지고 있어 이들이 불이익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올 경우 심각한 국론 분열을 겪을 수도 있다.
몬테네그로의 연방 잔류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오히려 세르비아측은 몬테네그로 독립에 내심 큰 걱정은 하지 않는 눈치다.
몬테네그로가 워낙 세르비아와 혈통으로 연결돼 있는데다 인구나 면적으로 볼 때 세르비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세르비아로선 몬테네그로의 독립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종교적 성지로 여기는 코소보의 독립으로 더 큰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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