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이기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
그간 동아시아 전통에서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를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에 가까웠다. 김시천의 신작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은 그래서 신선하고 놀랍다. 동양의 이기주의란 씨실과 동양고전이란 날실을 엮어 동양적 이기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고 있기 때문.

저자는 '옳은 말씀만 하고 좋은 말씀만 하는' 무겁고 고루한 동양고전을 바뀐 시대의 삶에 맞는 가치관으로 재해석해보자는 실천적이고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내 터럭 하나를 뽑아 온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다 해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BC440년 중국 전국시대에 '나를 위해 산다'고 떠들며 다니는 괴짜 철학자가 있었다. 강력한 국가권력이 할거하는 시대에 개인의 존엄을 대변하는 양주楊朱의 이 유명한 말은, 이후 '맹자''회남자''한비자''열자' 등의 고전에 언급되며 '위아 논쟁'으로 분화 발전됐다.

제1부는 저자가 동양고전에서 발견한 이같은 동양적 이기주의를 다룬다. 1장에서 양주의 '위아'사상을 통해 개인의 발견을 이뤘다면, 2장은 개인을 구성하는 '몸'과 '정'의 철학을 독특한 시각으로 설명한다. 3장은 대인의 큰 이기주의와 소인의 작은 이기주의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언급한다.

제2부는 이기주의의 실천적 모습과 방향에 관한 내용이다. 이기주의는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 추구를 위한 권리'이기 때문에 그가 선택한 사회적 지위, 즉 '자리'에 따라 대인의 이기주의와 소인의 이기주의로 나눠진다.

저자가 풀어낸 대인의 이기주의란 의무적인데, 사회적 위치와 권력이 큰 만큼 책임도 커야 한다는 것이다. 소인의 이기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이 갖는 행복하려는 소망을 일컬으며, 이는 권리에 해당한다.

저자가 이처럼 이기주의를 옹호하고 나선 것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 존재이며, 이는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있는 이기주의는 오늘의 만연한 이기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히 저자는 소인의 이기주의, 즉 사회적 이기주의를 보다 당당하게 누리자고 권하고 있다. 그간 역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매번 국가권력에 자신을 희생했던 소인들에게 소인의 권리를 내세우며 오늘 하루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은 전통 동아시아 사회에서 '개인'을 발견하려는 새로운 시도이며, 서구적 개인주의와는 또 다른 우리의 전통에 근거한 개인주의를 찾아보자는 문제제기의 출발선에 놓여 있다. (김시천/ 웅진지식하우스 /12,000)

채지혜 기자 cj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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