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시작부터 개입해 놓고 “감사 결과 은폐는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재 여권이 제기하고 있는 감사원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이하 쌀 직불금)' 감사 결과 은폐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자,앞뒤가 맞지않는 해명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본인이 개설한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올린 '노무현은 부당수령자를 은폐한 일이 없습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노무현은 '쌀 직불금' 문제를 은폐한 일이 없다”며 “은폐할 만한 일을 보고 받지 않았으므로 무엇을 은폐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자신이 보고 받고 지시한 사항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혔다.

그는 “2007년 6월 20일, 대통령은 쌀 직불제 문제에 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며 “당시 대통령은 쌀 직불제의 제도적 문제점과 대책에 관하여 보고 받은 것이지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의 비리문제에 관한 보고를 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감사원의 보고서 내용에는 고소득 자영업자, 공무원 등 부당 수령의 의심이 가는 사람의 숫자가 28만 명에 이른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이것은 부당 수령이라는 비위사실에 초점을 둔 구체적 사실이 아니라, 제도적 부실의 정도를 소명하는 통계로서 제시된 것이었고, 그 분량도 1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 중에 한 두 줄 언급된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래서 당시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것을 비위 문제로 언급하거나 논의한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감사원은 청와대 보고가 있은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그 해 7월 26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나도 잘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선거에 불리할 것을 우려해 숨겼을 것이라고 하지만 당시 나는 선거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며 “그리고 언론에 나온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을 보면 오히려 한나라당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것을 내가 숨겼다면 내가 한나라당 걱정을 해주었다는 말이 된다. 만일 당시에 이것을 공개했다면 한나라당은 선거개입이라고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런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은 여러 가지 의문이 들게 한다.

먼저 감사원의 '쌀 직불금' 감사 결과 미공개 결정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 부분에 있어 아무리 감사원이 직무상으로는 독립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헌법은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 본인의 소속 기관의 결정에 대해 모른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또한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감사원은 지난 해 9월 '쌀 직불금'을 감사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3월 초 청와대 농어촌비서관실에서 감사 계획을 앞당겨 줄 수 있느냐는 협의요청이 들어왔다”며 “이에 따라 감사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무방하다고 판단해 3월 21일부터 감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즉 감사원의 '쌀 직불금' 감사 시작에서부터 당시 청와대는 개입한 것이다.

또한 '쌀 직불금' 감사를 담당했던 감사원 정창영 결산감사본부장(전 산업환경감사국장)은 지난 17일 감사원에서 실시된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작년 6월 15일 감사원 관계자가 이호철 전 실장에게 감사결과를 보고했다고 하는데 누가 보고했느냐'는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시, 법제사법위원회·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의 질문에 "저와 사무차장이 같이 가서 대통령 주재 장관회의에서 보고했던 것과 유사한 내용의 감사결과를 (이호철 전 실장에게)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청와대는 감사원의 '쌀 직불금' 감사 시작에서부터 개입했고 그 결과를 보고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의 '쌀 직불금' 감사 결과 미공개 결정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의심자가 28만 명이나 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것을 비위 문제로 언급하거나 논의한 일이 없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납득하기가 어렵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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