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연대는 지난 12일 천막 농성과 함께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화물연대는 지난 12일 천막 농성과 함께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총파업을 중단한 화물연대가 사흘 만에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정부가 파업 이전부터 약속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면서 안전운임제 무력화를 막겠다는 취지이다. 16일 동안 여야 정쟁에 휩쓸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 그 이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9일 화물연대는 총파업 철회를 선언했고,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의결했다. 여당은 이에 반발해 ‘민주당 단독 의결’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안전운임제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인 연말까지 너무 촉박하지만, 이번 기회에 물류 산업 구조를 제대로 개선할 핵심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다단계 구조, 지입제 등 (화주와 차주가) 중간에서 관행적으로 이익을 취해가는 기득권 구조가 계속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내년) 연초까지 가는 한이 있어도 논의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번과 같은 총파업 사태를 우려하며 “단순히 연장안을 통과시킨 이후 국회 논의가 동력을 상실하면, 3년 뒤에 똑같은 일이 벌어져, 그냥 넘어가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안전운임제를 재검토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또한, “단시간 내로 국회 내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협의체에서 개선안을 만들고, 이후 국회에서 개선안을 통과시키자는 것”이라며 “법이 정해지면 얼마든지 소급시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태도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폐지가 얼마 안 남은 지금 일몰제 폐지는 고사하고 3년 연장 약속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이봉주 위원장이 어제(12일)부터 국회의사당 앞 천막 농성과 함께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박귀란 전략조직국장은 “정부가 선(先)복귀, 후(後)대화를 주장해 지난 9일 파업을 철회했는데,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니 우리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안전운임제 효력이 겨우 2주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정부의 행동은 단지 시간 끌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해가 넘어가면서 새로 계약하는 화물 노동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안전운임제에 대한 논의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안전운임제 제도를 안정화한 뒤 (화물연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우선인데, 정부는 우리와 대화할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라며 정부를 향한 날을 세웠다.

한편, 이 위원장이 단식에 돌입한 첫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박진 사무총장이 농성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위원장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사람도 없이 주차된 차에 업무개시명령서를 부착하거나, 운송사에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집에 찾아와 가족을 협박하는 행태를 보였다”라고 진술했다. 

특히, 화물연대 측은 “총파업 종료 및 현장 복귀 이후에도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제 법안 처리에 나서지 않으며 안전운임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개악을 시도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어 “파업 종료 이후에도 화물연대에 대해 무리한 공정위 조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반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 불응을 이유로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며 “화물연대는 정부가 또다시 말을 바꿔 3년 연장안마저 거부하고 일몰 시한을 넘겨서라도 안전운임제 개악을 추진하려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박 사무총장은 “노조의 요청 전부터 이 사안을 모니터링하면서 업무개시명령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해 정책권고와 의견표명을 검토해왔다”라며 “인권위의 개입은 이미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화물연대가 정부의 과도한 탄압과 업무개시명령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성사된 만남이며 이른 시일 내에 인권위 측의 입장이 발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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