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24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페트병 등 플라스틱 재활용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24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페트병 등 플라스틱 재활용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평소 환경을 생각해 꼼꼼히 분리배출을 한다는 A씨(30세)는 다 마신 음료수의 페트병을 매번 물로 헹군 뒤 라벨을 뜯고, 발로 밟아 최대한 부피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최근 그는 종종 페트병 뚜껑을 닫아서 버려야 할지, 따로 배출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본체와 뚜껑, 그리고 입구 부분에 생기는 링(ring)의 재질이 달라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페트병 뚜껑 배출 방법을 두고 정부와 업체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계속해서 쌓여가는 플라스틱 때문에 지구가 골머리를 앓는 현실을 들여다보았다.
 
시중에 유통되는 페트병 음료 본체는 대부분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로 만들어진다. 뚜껑을 따고 남은 링은 HDPE(고밀도폴리에틸렌)이며 라벨은 PE(폴리에틸렌)으로 구성됐다. 이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이다. 이처럼 페트병은 복합적인 재질로 이루어졌지만, 소비자들은 하나의 플라스틱으로 여겨 그대로 분리배출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최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쉽게 라벨을 제거할 수 있도록 절단선을 만들거나, 아예 라벨을 없애는 등 노력을 기울이자 소비자의 분리배출 인식도 높아졌다. 그러나, 뚜껑을 분리 배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소비자는 물론 업체와 정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직장인 B씨(26세)는 “뚜껑이랑 연결된 부분(링)은 따로 버려야 재활용된다는 이야기 들어 매번 분리해서 버린다”라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C씨(22세)는 “아파트 공지에 페트병을 압축해서 뚜껑을 꽉 닫아 버리라는 말이 있어서 라벨만 뜯고 뚜껑은 닫은 채로 버린다”라고 한다.
 
현재 환경부는 무색 페트병 배출 시 라벨을 떼고 찌그러트린 후 뚜껑을 닫아 전용 수거함에 버리는 것을 권장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은 압축하고 분쇄하는 과정을 거치면 작은 조각으로 변한다. 이 조각을 물에 담그면 PET의 경우 비중이 높아 가라앉지만, PE와 PP(폴리프로필렌)는 떠오르기 때문에 뚜껑을 함께 배출해도 선별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끔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끼리 섞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선별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재질은) 모두 걸러진다”라며 “오히려 뚜껑을 닫지 않고 배출하면 페트병 안에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어 플라스틱이 오염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각끼리 섞이면 재활용 소용없어”···플라스틱 단일화도 아직은 먼 이야기

그러나 플라스틱을 가공해 재활용하는 업체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 플라스틱 가공업체 관계자는 “비중의 높낮이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선별할 수는 있지만, 플라스틱 조각에 이물질이 묻는 경우 (재질이) 뒤섞여 버린다”라며 “페트병의 본체와 뚜껑, 그리고 링까지 분리해서 배출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서로 다른 플라스틱 재질이 섞이면 재활용이 어려울 뿐만이 아니라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환경부와 시민단체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분리수거율은 87%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을 41%에 불과하다. 오염되지 않은 일부 페트병만 재활용되고, 나머지 폐플라스틱은 인력이나 인프라 부족으로 매립지에 버려지는 현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업체 관계자들은 플라스틱 생산의 첫 단추를 끼우는 ‘기업의 플라스틱 단일화’를 외쳤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흔히 사용되는 플라스틱 배달 용기의 본체는 뜨거운 음식을 담았을 때 녹거나 모양이 변형되지 않아야 하고, 뚜껑은 쉽게 열릴 수 있도록 얇게 제작돼야 한다. 음료수를 담는 용기는 가볍고 투명하되, 입구와 뚜껑은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한계에 부딪히다 보니 기업을 떠난 플라스틱은 재활용 문제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넘겨졌다.
 
▲ 플라스틱 가공업체는 음료수 페트병 뚜껑을 따고 남은 링(ring) 부분도 잘라서 배출해야 완벽하게 재활용된다고 주장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플라스틱 가공업체는 음료수 페트병 뚜껑을 따고 남은 링(ring) 부분도 잘라서 배출해야 완벽하게 재활용된다고 주장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플라스틱 가공업계 관계자는 “모든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분류해서 배출하면 재활용률은 당연히 올라간다. 그런데 가정에서 일일이 링을 뜯고, 재질을 구분해 버리는 게 어렵다 보니 분리배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차현길 센터장 또한 “플라스틱 종류를 분리해서 배출하면 재활용률은 오르지만, 아파트 단지나 시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에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버릴 수 있게끔) 장소가 마련되지 않은 것 또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뚜껑을 따로 버려야 한다’라는 가공업체의 주장이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페트병 분리배출법은 전문가와 논의해 제작된 만큼 가장 권고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페트병 분리배출 방법을 두고 쟁쟁한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는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6년 수도권 지역에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쓰레기 전쟁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플라스틱 재질 단일화, 통일된 분리배출법, 더 나아가 폐플라스틱 매립 문제까지. 정부는 물론 기업과 소비자에 걸쳐 지구에 사는 인류라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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