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찰 내부 입건 전 조사 결과보고서 내용과 현장 사진. 사진=제보자 제공
▲ 경찰 내부 입건 전 조사 결과보고서 내용과 현장 사진. 사진=제보자 제공
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하수도 철거 및 설치 자격이 없는 빌라 건축주가 무단으로 공공하수관을 철거한 것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빌라건축주 A씨가 지난 2017년 5월부터 11월 사이 종로구 명륜4가의 한 필지에서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 빌라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 관할의 공공하수관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후 수습을 위해 나선 종로구 관계자들이 공공하수관을 훼손한 것이 A씨가 아닌 종로구라고 증언했다는 점이다. 

또 A씨는 공공하수관을 훼손한 이후 종로구에게 하수관 이설을 요청했는데, 하수관이 옮겨진 땅은 A씨 소유가 아닌 인접해 있는 B씨의 땅이었다.

즉, A씨는 종로구에게 타인 소유의 토지를 무단 굴토하고 하수관을 매설해 달라고 요청했고, 종로구는 이를 받아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B씨는 “A씨 측이 공공하수관을 철거했는데 종로구에서는 자신들이 철거했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종로구 치수과 하수관리팀 관계자 3인을 혜화경찰서에 고소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혐의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해당 고소와 관련해 진행된 경찰의 수사는 총 세번으로 첫 수사는 지난 2018년 종로경찰서에서, 두 번째 수사는 2020년 혜화경찰서에서 진행됐다. 이후 2022년 진행된 마지막 수사 역시 혜화경찰서에서 이뤄졌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경찰 측은 무혐의로 처리한 것과 관련해 ‘단가계약이 있었기 때문에 A씨가 아닌 종로구가 공사한 것으로 봤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작성한 ‘입건 전 조사 결과보고서’의 ‘진정인의 주장과 관련된 쟁점 및 결론’에 따르면, 해당 사건에 대해 “단가계약의 특성상 세부적인 계약단가(업무별 지출 단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진정인은 계약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세부적 내용이 확인되지 않을 뿐 종로구청과 C건설이 맺은 단가계약에 따라 종로구 일대의 관급 하수도 유지 보수의 업무를 한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진정인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B씨는 경찰의 주장대로 연간 단가계약이 체결된 상태라도 공사 수량이 정해질 때마다 차수별 공사를 발주해 차수별 준공 및 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대금 지급을 위해서는 계약서나 설계서 등 관계 서류를 제출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제18조(대가의 지급)’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공사·물품·용역, 그 밖에 재정지출의 부담이 되는 계약에서는 검사한 후 또는 검사조서를 작성한 후에 그 대가를 지급하여야 한다”며 검사조서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동일 법률의 ‘제17조(검사)’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상대자가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끝내면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계약서·설계서 및 그 밖의 관계 서류에 따라 이를 검사하거나 소속 공무원 등에게 위임하여 검사하게 하여야 한다”며 계약서 등 관련 문서가 필요하다고 적시돼있다. 

하지만 다른 서류나 자료는 제출받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연간 단가계약서만 보고 무혐의 처리를 내렸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해당 서류가 부존재 한다는 것은 종로구청도 재판과정에서 인정했으며, 문화재청에서도 공사 관련 서류가 없다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와 관련해 B씨는 “경찰이 단가계약서의 특징을 몰라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거라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는데 모른척 한거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공사관련 문서가 없고, 결과보고서에 ‘단가계약의 특성상’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것으로 봐서는 알면서 모르는척 봐주기 수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사 관련 문서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피고소인으로 추정되는 자에게 작업일보를 제출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작업일보는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없는데 이런 문서를 왜 제출하라고 했는지도 의문이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경찰이 종로구라는 행정기관 편을 들어주며 봐주기 수사를 한다면 나 같은 개인이 억울함을 당했을 때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수사 사항이기 때문에 관련 참고인이나 관련 서류 제출받아보고 종합적으로 판단이 선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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