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어”
“유일한 해방구는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것”

▲ 뤽 베송 감독. 사진=(주)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주)엣나인필름
▲ 뤽 베송 감독. 사진=(주)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주)엣나인필름
투데이코리아=김준혁 기자 | 세자르상 감독상, 뤼미에르 영화제 감독상·작품상 등을 수상하고 ‘레옹’, ‘제5원소’, ‘루시’ 등을 연출한 영화계의 거장 ‘뤽 베송’ 감독이 이번엔 수백마리의 개와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24일 뤽 베송 감독이 <투데이코리아> 취재진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4년 만의 신작 ‘도그맨(Dogman)’에 대해 소개했다.
 
그의 신작 ‘도그맨’은 미국 뉴저지의 도심에서 여장을 한 남자, 더글라스가 수백 마리의 개와 함께 체포되고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정신과 의사 에블린에게 털어놓으면서 진행되는 구조로, 개들로 부터 구원을 찾은 한 남자에 대한 영화다.
  
실제 소년, 소녀들이 부모에게 버려져 개와 함께 갇혀 생활했다는 기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뤽 베송 감독은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루마니아에서 비슷한 사례의 기사를 접했다”며 “기사화 되지 못해 여전히 고통 받는 아이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사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출발선이었고 이야기 속 소년이 재기하고 외롭게 살아가는지가 핵심 키워드였다”며 “장애인, 예술가, 성소수자 등 사회에서 튀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왜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실제로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연기한 영화의 주인공 ‘더글라스’ 캐릭터의 경우 영화 속에서 드랙퀸(여장남자)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뤽 베송 감독은 이에 대해 “주인공은 12살 때 연극 선생을 만나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 되는 행복을 느낀다”며 “드랙퀸은 그 자체보다는 주인공이 연기를 통해 다른 인물이 될 수 있는 장치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장치”라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또한 뤽 베송은 이처럼 복잡한 ‘더글라스’ 캐릭터를 연기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영화의 주연을 맡은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영화 ‘니트람’으로 2021년 제74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뤽 베송 감독은 “레옹 때 게리 올드만을 보며 느낀 감동이 있는데 그 이후 처음으로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연기를 통해 다시 느꼈다”며 “그의 연기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추켜세웠다.
 
아울러 가장 연기가 뛰어난 3인으로 게리 올드만, 케일럽 랜드리 존스, 최민식을 함께 뽑으며 지난 영화 ‘루시’에서 함께했던 최민식 배우에 대한 기억을 회상했다.
 
뤽 베송 감독은 이어 영화를 촬영하며 개와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영화 제목이 ‘도그맨’인 것처럼 이번 영화에는 수많은 개가 등장한다.
 
그는 “124마리의 개와 함께 촬영하는 것은 매일매일이 즐거우면서도 난장판이었다”며 “5살 아이 생일파티에 124명의 친구가 초대된 것과 같았다”고 비유했다.
 
구체적 사례로 “개들 중 귀여운 애들이 있었지만 영화 속 이미지를 위해 상처와 흉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매일 아침마다 수십마리의 개들의 분장을 진행해야 했다”고 언급하면서도 “할리우드에서 모셔온 스타급 개 5마리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어려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더글라스가 영화 속에서 처음 쓰다듬은 개가 제가 키우는 개 ‘스눕’이다”고 덧붙였다.
 
40년 이상의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자신의 창작 원동력에 대해 ‘사랑’이란 단어 하나를 꼽았다.
 
그는 “세상이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영화에 대한 사랑, 예술에 대한 사랑, 사람들에 대한 사랑,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도 빼앗길 수 없는 유일한 것이 사랑”이라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한 “유일한 해방구는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것”이라며 “그 창구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영화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드러냈다.
 
뤽 베송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질의에 대해 “계획은 많지만 말씀드리지 않을 것”이라며 “서프라이즈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장난끼 섞인 목소리로 즉답을 피했다.
 
넷플릭스 등으로 대표되는 OTT의 드라마도 연출할 생각이 있냐는 질의에도 “달리기 종목의 길이는 모두 다르고 또 종목마다 잘하는 사람들이 다르듯 저는 두 시간 길이의 영화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드라마라는 메커니즘으로 할만한 때가 되었다란 생각이 들면 (드라마)도 할 것”이라며 “제 아이들을 재울 때 들려주는 이야기가 한편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매일밤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드라마 키즈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드라마 연출 가능성을 암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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