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린 송 감독. 사진=CJ ENM
▲ 셀린 송 감독. 사진=CJ ENM
투데이코리아=김준혁 기자 | “우리 모두는 언제든, 어딘가든, 누구와 함께든 두고 온 삶이 있다. 그것이 전생(PAST LIVES)라고 생각한다”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이 최근 <투데이코리아> 취재진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영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계 캐나다 이민 2세인 셀린 송 감독은 과거 한석규, 송강호 주연의 ‘넘버 3’를 연출했던 송능한 감독의 딸로 첫 연출 작품인 ‘패스트 라이브즈’로 단숨에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에 오르는 등 많은 국제적 관심을 받는 중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본을 집필한 영화로,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그들의 인연을 되돌아보는 이틀간의 시간이 담겼다.
 
그녀는 “주인공 캐릭터가 서울을 두고 뉴욕에 가는 먼 여정, 여행을 그렸지만 이 생각은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며 “부산에 살다 서울로 이사 가는 것도 마찬가지고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영웅 이야기는 아니지만 평범한 인생도 여러 시공간을 지나며 신기한 순간과 인연이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셀린 송 감독은 곧이어 영화의 시작점이 된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언급했다.
 
그녀는 “어느 날 밤 뉴욕에 있는 바에서 한국에서 찾아온 어린시절 친구와 뉴욕에 살고 있는 미국인 남편 사이에서 통역을 하게 된 날이 있었다”며 “서로의 말을 못하는 둘 사이에서 통역을 하다 보니 제 안에 있던 개인적 역사도 함께 해석해 주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해주는 과정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같이 술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지점에서 영화가 시작됐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만 그랬을 뿐 배우들이 들어오고 몇백명의 크루들이 함께하는 영화가 되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은 캐릭터만의 로맨틱한 캐릭터로 살아남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셀린 송 감독은 ‘인연’이란 단어가 가진 매력과 의미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얘기했다.
 
그녀는 “당시 남편과 친구 사이에서 통역을 할 때 우리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영어 단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인연’이란 (한국)단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연이라는 콘셉트만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깊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인연이란 단어를 아는 것만으로도 인생에 깊이가 생기고 이 단어를 모르던 전세계 사람들이 이 단어를 앎으로써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셀린 송 감독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처럼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며 좋아하기도 했다.
 
그녀는 “그동안 시상식을 다니며 놀란 감독과 같이 밥을 먹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제 영화를 좋게 봤다고 얘기해줘서 좋았다”며 “이후에도 놀란 감독이 제 영화를 좋아한다는 기사도 나온 것을 봤을 때는 이 분이 ‘진심이었구나’라 생각해 너무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처럼 ‘때론 진지하고 아이 같음’의 성격은 그녀의 이번 ‘패스트 라이브즈’ 캐스팅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반영됐다.
 
그녀는 이번 영화의 주연으로 ‘그레타 리’와 ‘유태오’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로 “둘 모두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어른스럽지만 어쩔 때는 장난스럽고 어린애 같은 모습들을 보였다”며 “이런 모순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배급사인 CJ에서 시작부터 서포트 해주고 함께 해주는 등 많은 한국분들이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꿈만 같다”며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게 되는 것이 떨리고 긴장되고 생각도 많아지지만 기대된다”며 영화의 3월 한국 개봉을 앞둔 심정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쳤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