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국내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판다 곰 ‘푸바오’가 내달 3일 중국에 반환된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을 지닌 푸바오는 ‘용인 푸씨', '푸곰주' 등의 애칭으로 불리며 한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이들에게 커다란 행복을 선물했다. 한국에서 자연 번식으로 처음 탄생했기에 더욱 그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상징으로 2016년 3월 보내온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태어난 푸바오는 한국 출생 1호 판다로, 지난 3년여간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놀이공원 에버랜드에서 관람객들을 만나왔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에 관한 중국과의 국제 협약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번식을 위해 짝짓기 적정 연령인 만 4세 이전에 반드시 중국에 반환하도록 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푸바오의 남자친구 후보들로 몇몇 판다가 거론되고 있다. 유력한 신랑감으로는 2017년 프랑스 보발 동물원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반환된 ’위안멍‘이다. 나이가 비슷하고 친척 관계가 아니어서 유전학적으로 생식에 유리하나 푸바오가 거주할 보호센터와 다른 곳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점이 흠이다. 또 다른 판다로 ‘자양’이가 있다. 자양이는 보호센터는 물론 나이마저 같은데다 친척도 아니어서 가장 적합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푸바오는 중국행을 앞두고 지난 3일 일요일 에버랜드에서 관람객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쇄도, 5분 관람을 위해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며 6시간 가량의 대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은 에버랜드의 문이 열리자마자 판다월드로 오픈 런을 시작했다. 푸바오가 오전 9시30분쯤 모습을 나타내자 그의 이름이 연호되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들은 푸바오의 귀여운 외모, 특히 너무나도 맑은 눈동자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을 아쉬워하며 푸바오가 중국에 돌아가서도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했다. 일부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푸바오가 이처럼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귀여운 것을 보면 스트레스 해소와 불안을 줄여주는 '베이비 스키마'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푸바오의 외형적 특징인 동그란 얼굴, 똘망똘망한 눈, 짧고 통통한 팔다리, 뒤뚱거리는 움직임 등이 인간의 아기와 비슷해 본능적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실제로 우울증을 겪다 푸바오와의 만남을 계기로 집 밖을 나서기 시작했다는 사람도 있고, 공황장애를 치료한 사례도 있다.

푸바오를 향한 한국인들의 이같은 특별한 사랑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의 화제가 됐다. 미국의 CNN방송은 ‘한국 최초의 유명 인사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게 돼 한국인들이 슬퍼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다음 달 중국으로 옮겨지는 푸바오의 사연을 소개했다. 중국의 관영 통신 신화사는 푸바오의 마지막 날 인사 모습을 생중계했고 CCTV는 "안내판에는 220분, 거의 4시간을 기다려야 판다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쓰여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마지막 공개를 마친 사육사들이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푸바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다 보니 최근 출시된 ‘푸바오는 우리 언니'라는 이모티콘이 하루 만에 카카오톡 전체 이모티콘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작년 12월 푸바오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 <푸바오와 할부지>가 시즌2로 돌아온다. ‘푸바오와 할부지2’는 23일 토요일 밤 8시 35분에 첫 방송된다.
 
네팔어로 ‘대나무를 먹는 것’이라는 어원에서 이름이 유래된 판다는 약 800만 년간 진화하면서 중국 황하와 장강 유역에서 널리 번성했다. 판다는 귀여운 생김새를 지녔지만 곰은 곰이다. 사라진 새끼를 찾으러 들어간 사육사들이 판다 공격으로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고 천적 적응 훈련에서 성체 멧돼지와 싸워 이긴 판다도 있었다. 하루 종일 나무에 매달려 잠이나 자는 것처럼 보이나 펜스 아래로 굴을 파고 사육장을 탈출한 경우도 있었다.
 
중국 야생 판다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걸쳐 2549마리에서 1114마리로 크게 줄었다. 벌목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낮은 출산율이 주된 이유였다. 이후 서식지 보전 노력이 이뤄지면서 점차 늘어나 최근에는 1900 마리 대에 도달했다.
 
사육 판다는 2003년 이후 진행된 '재야생화' 프로젝트에 따라 11마리가 야생으로 돌려 보내져 이들 중 9마리(지난 1월 기준)가 야생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7살 이상으로 번식 가능 연령인데도 번식에 성공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무리에 잘 적응하는 암컷의 야생화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갓 태어난 새끼 때부터 야생화 교육를 시작하고, 양육의 주체를 인간이 아닌 어미 판다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인간이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되는 새끼 판다의 나무 오르기를 어미가 가르치면 불과 두 달 반에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한중관계는 현재 극도로 경직돼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내에서 가장 우호적인 중국 관련 콘텐츠는 바로 푸바오다. 한국뿐만 이니라 미국과 일본 등 중국과 관계가 불편한 서방국가들에서도 판다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가교다. 판다에 대한 압도적인 우호 여론을 감안할 때 중국이 판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실리는 무척 크다. 중국도 이를 인식, 최근 판다를 돌려준 미국과 스페인에 다시 한 쌍을 보내기로 하는 등 '판다 외교'를 재개하는 모습이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