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남부에서 바라본 가자지구 북부 상공에서 항공기 한 대가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을 공중 투하하고 있다. 2024.03.21. 사진=뉴시스
▲ 2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남부에서 바라본 가자지구 북부 상공에서 항공기 한 대가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을 공중 투하하고 있다. 2024.03.21.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현재 가자지구를 통치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반대 성향인 세력에 전후(戰後) 해당 지역 내 권력을 심어주려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안보 당국자들이 반(反) 하마스 세력에 전후 가자지구 통치를 맡기려는 계획을 비밀리에 전개하고 있으며 이에 하마스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를 위해 하마스와 관련이 없는 팔레스타인 지도자와 기업인들을 끌어모아 ‘포스트 하마스’ 세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 ‘포스트 하마스’ 세력에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 분배 권한을 위임한 뒤, 전쟁이 끝나면 다른 아랍국가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는 보안군의 지원 아래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권한을 준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같은 구상에 대한 주변국의 지지 확보를 위해 최근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과 회담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WSJ는 “이번 계획이 이미 장애물과 맞닥뜨린바,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좌초될 수 있다(The aid effort has already hit obstacles and could fall apart)”고 내다봤다.

이들 ‘포스트 하마스’ 중 하마스의 경쟁 세력이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주도하는 파타(Fatah)와 연계된 자들이 속해있어, 일각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테러리즘을 원조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전시내각 안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포스트 하마스’ 세력에 참여시킬 팔레스타인 주요 인사로 PA의 정보 수장 마지드 파라즈,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사업가 바샤르 마스리, 하마스 장악 이전에 가자지구 보안 사령관을 지낸 무함마드 달란 등을 염두에 두고 이들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 국방부의 팔레스타인 민사 담당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 책임자 가산 알리안 소장의 권한으로 반 하마스 팔레스타인인들이 ‘지역 행정 당국’(a local administrative authority)을 구성해 구호물자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배제하도록 명령하면서 분쟁이 격화됐다.

하마스는 자신들을 포함한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가 참여하는 통합 내각이 전후 가자지구 치안을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OGAT의 구호 계획과 관련해 지난 10일 하마스 측은 “가자지구에서 일하고자 가족과 부족 지도자를 통해 점령군(이스라엘군)의 연락을 받는 것은 나라에 대한 배신(national betrayal)으로 간주한다”며 “우리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이스라엘 당국이 전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날(20일)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이후 생길 권력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사실상 아무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그래서 하마스가 재출현한 알시파 병원에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약 4개월 만에 다시금 가자지구 최대 의료 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다시 급습하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새로운 안보 질서 구축’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NYT는 “이스라엘 정부가 전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증거”라며 “안정적인 가자지구 미래를 모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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